
[KJtimes=정소영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은 11일 발표한 논평에서 최근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이 주최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 세미나’를 두고 “시기상조의 설레발”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포럼은 “코스피 4000 돌파에 도취할 때가 아니라 구조개혁과 기업거버넌스 혁신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코스피 5000 가능성? 산업 구조상 변동성 세계 최고 수준”
논평은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은 산업구조상 전 세계에서 기업이익 변동성이 가장 큰 국가”라며 “예측 가능성이 낮은 것은 후진적 기업거버넌스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이어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한 이후 2026년 지수는 6000이 될 수도, 3000이 될 수도 있다”며 “만약 반도체 이익 정점이 2026년 말~2027년 초라면 코스피는 수개월 내 피크아웃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업거버넌스 개혁 모멘텀이 둔화되고 후속 입법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외국인 매도세가 대거 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금은 긴장해야 할 시점… 개혁·혁신 멈춰선 안 돼”
포럼은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지금까지처럼 과감한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임을 증명한 학자들에게 돌아간 점을 언급하며, “개혁·구조조정·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 코스피 4000에 들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연이어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주제로 세미나와 간담회를 개최한 점을 언급하며, “이런 홍보성 행사보다는 밸류업 계획을 아직 공시하지 않은 삼성전자 CEO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또한 포럼은 “정 이사장은 불과 8개월 전 상법개정안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며 “당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자 ‘과도한 욕심으로 부작용이 생기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 포럼 “한국거래소 리더십과 실행력 부족”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해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훌륭한 밸류업 모범안을 만들었지만, 거래소의 리더십과 실행력 부족으로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고, 일부 상장사들의 계획은 ‘F학점 수준’의 부실 속에서 거래소가 실제로 얼마나 기업 경영진을 만나 진정성 있게 설득했는지 의문이라고 포럼은 지적했다.
포럼은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제금융계가 일본 기업거버넌스 개혁에 주목하는 이유는 노무라증권 IB 대표 출신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대표의 실질적 리더십 덕분”이라며 “그는 상장사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를 개혁 타깃으로 삼고, 매일 1:1 미팅을 통해 밸류업 참여를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 “정부는 강제성 있는 밸류업 재가동해야… 입법·현장 결합 필요”
포럼은 “이재명 정부는 3차 상법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 본격화되는 시점(2026년 1분기)에 상장사 대상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제성 있게 재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번에는 모든 상장사가 참여해야 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인 ▲주주권리 강화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자본비용 및 자본배치 개선 등이 개별 회사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사내이사와 독립이사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대면 기업거버넌스 교육이 필수”라며 “국회 입법(Top-down)과 상장사 실천(Bottom-up)이 결합될 때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대도약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