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국을 상대로 무차별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와 식량, 물 공급 등 핵심 자원과 기반시설까지 위협받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경제와 공급망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금융센터(KCIF)가 지난 10일 발표한 ‘이란의 주변국 공격과 향후 주요 리스크 포인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중동 지역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유조선 공격에 국제유가 급등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유조선과 민간선박을 대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실시했고, 다음 날인 3월 2일에는 해협 폐쇄를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오만 인근에 정박 중이던 Skylight호, 오만만에서 항해 중이던 Mkd Vyom호, 바레인 조선소에 정박 중이던 Stena Imperative호 등이 공격을 받아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90% 이상 급감했고,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축소하면서 국제유가는 지난 9일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주요 선사들도 중동 항구를 오가는 화물 예약을 중단했으며,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는 화물에 대해 ‘항해 종료(end of voyage)’를 선언하는 등 해상 물류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
◆ 공항·대사관·전력망·담수화 시설까지 중동 주요 시설 타격
이란의 공격은 해상뿐 아니라 주변국 주요 시설로도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 국제공항, 아부다비 국제공항, 쿠웨이트 국제공항, 카타르 하마드 국제공항 등 주요 공항이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도 타격을 입었다.
외교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됐다. 사우디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미국 영사관과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 단지도 공격을 받았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중동 지역 외교 공관에 대해 비상요원을 제외한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전력 인프라도 피해를 입었다. 이라크 국가 전력망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이라크 중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생존 기반인 담수화 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바레인의 Sitra 담수화 플랜트, UAE의 Shuweihat 담수화 및 발전 단지가 공격을 받았고, 이란의 Qeshm Island 담수화 시설 역시 피해를 입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중동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자원이 석유가 아니라 ‘식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 중동에는 약 450개의 담수화 시설이 가동 중이며, 이 시설들은 공격이나 사고에 취약한 구조다. 또한 시설 가동에 석유와 가스가 필요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 “물·에너지·식량 모두 위기 가능성”…천연가스·비료·식량까지 연쇄 충격 우려
국제금융센터는 앞으로 중동 사태가 악화될 경우 기반시설과 자원 공급 전반에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먼저 담수화 시설이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물 공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식수의 90% 이상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우디 역시 식수의 약 70%를 담수화에 의존한다. 특히 수도 리야드는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어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 도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항과 항만이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사람 이동뿐 아니라 화물 운송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해상 운송이 막힌 상황에서 항공 화물 운송까지 제한되면 생필품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는 또 “에너지 인프라 역시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걸프협력회의(GCC) 전력망 연결 노선, 해저 통신 케이블, 데이터센터, LNG 터미널 등이 공격을 받을 경우 전력 공급과 통신망이 동시에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자재와 식량 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유럽 주요국의 천연가스 재고는 수년 내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수출이 장기간 중단되면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천연가스는 비료 생산의 핵심 원료다.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비료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북반구 농업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걸프 국가들의 식량 안보도 우려된다. 이들 국가는 식량의 80~90%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며 “UAE 정부는 필수 식량의 전략 비축량이 4~6개월분이라고 밝혔지만, 두바이처럼 신선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도시의 경우 해상 운송이 중단되면 약 10일 안에 신선식품 부족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지상전·테러 가능성까지 사태 장기화 우려… 중동 전역 확산 가능성 등 모든 시나리오 대비 필요”
국제금융센터는 “전쟁 양상도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부대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늘고 있다. 실제 지상 작전이 시작될 경우 전쟁은 또 다른 단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 제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란 내부 결집이 강화되고 국제 사회 반발이 커지면서 상황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란이 전황에서 불리해질 경우 서방 국가를 대상으로 한 테러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유로폴 역시 유럽연합(EU) 내 테러 위협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세가 강화될수록 이란의 비대칭적 대응도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전역으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에너지, 식량, 물, 물류, 정치·군사 등 모든 리스크 요인을 열어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