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공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등장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소비자 권익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할인·선예매 등 혜택을 앞세운 멤버십이 사실상 '환불 불가 상품'처럼 운영되면서, 과도한 위약금과 일방적 계약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공연장과 티켓 예매 플랫폼 19곳의 이용약관을 점검하고, 환불 제한과 사업자 면책 등 총 9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약관 수정 수준을 넘어, 공연 산업 전반의 거래 질서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공연 멤버십은 '가입 즉시 혜택 제공'을 명분으로 사실상 환불을 봉쇄하는 구조였다. 일부 공연장은 가입 후 단 하루만 지나도 환불을 제한하거나, 할인 혜택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연회비 전액을 돌려주지 않는 조건을 적용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소비자의 '법정 해지권'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이다.
실제 공정위 관계자는 "혜택 이용 여부 등을 이유로 환불을 과도하게 제한해 소비자 불편이 컸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환불이 가능하더라도 '이중 공제'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이용 기간에 따른 비용과 혜택 금액을 동시에 차감해, 소비자가 돌려받는 금액이 거의 남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약관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가 손해를 과도하게 전가하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약관이 아니라 구조 문제"…다른 산업으로 확산된 '환불 봉쇄 관행'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공연 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구독·멤버십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본다.
실제로 헬스장·필라테스 등 다른 서비스 업종에서도 '할인·이벤트 상품은 환불 불가'라는 유사한 약관이 반복적으로 적발돼 왔다.
법률 전문가들은 핵심 쟁점을 '위약금의 합리성'으로 짚는다.
한 소비자법 전문가는 "사업자가 입은 실제 손해와 무관하게 연회비 전액을 위약금으로 설정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 전가"라며 "계약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유통산업 전문가는 "멤버십 서비스는 선결제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갖기 쉽다"며 "환불 제한과 면책 조항이 결합되면 소비자는 사실상 '탈출이 어려운 계약'에 묶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정 조치에서 공정위가 ▲사전통지 없는 게시물 삭제 ▲포괄적 서비스 이용 제한 ▲탈퇴 방식 제한 등까지 함께 손본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결과다.
◆"시장 신뢰 회복 신호"…플랫폼·구독경제로 확산 가능성
이번 조치로 공연 멤버십 환불 기준은 크게 바뀐다. 일정 기간 내 전액 환불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실제 이용 혜택에 상응하는 금액만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비된다.
또 사업자의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 책임을 면제할 수 없도록 명확히 했고, 회원 탈퇴 역시 온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도록 개선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사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사업자의 과도한 약관이 전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투명한 기준이 마련되면 오히려 충성 고객 확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조치가 공연 분야에 그치지 않고 OTT, 교육, 헬스케어 등 '구독형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공정위 역시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약관 수정이 아니라, '혜택을 미끼로 환불을 막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차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