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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AI 반도체 시대 '삼성은 지금 하나의 회사 맞나'

AI 반도체 시대가 불러온 삼성 조직의 구조적 변화…"내부 균열 시작됐다"

[KJtimes=견재수 기자] “같은 회사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난 주 저녁 재계 고위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 자리의 화두는 삼성전자였고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이 말로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야기는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갈등으로 옮겨갔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단순한 임금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겉으로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충돌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었다. AI 반도체 시대가 시작되면서 삼성 내부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그것이었다.

 

◆ “삼성 내부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20년 넘게 재계 출입을 하면서 삼성을 봤을 때 ‘견고함’을 느끼곤 했다. 그 원천은 삼성이 오랫동안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였다는데 있었다.

 

반도체든 모바일이든 가전이든, 조직 문화와 보상 체계는 결국 ‘삼성맨’이라는 정체성 아래 묶였다. 사업부 간 차이는 존재했지만 최소한 내부 결속이 무너졌다는 인식은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과 DX(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부문 사이의 온도 차는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것은 결국 반도체’라는 인식도 내부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AI 열풍 이후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사업부의 위상은 급격히 높아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부터가 문제다. <기자>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재계에 정통한 한 분석가는 ‘성과와 보상이 특정 사업부 중심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조직은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라 승자와 주변부로 나뉜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실례로 삼성 내부에서 ‘같은 회사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체계가 사실상 DS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균열은 단순한 박탈감 차원을 넘어서기 일쑤다. 인사 이동 기피나 조직 간 협업 약화, 사업부 간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압도적 실행력과 계열·사업부 간 유기적 협업은 삼성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치열해진 AI 반도체 경쟁이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내부 자원은 점점 특정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결국 ‘초격차’를 위한 선택이 조직 내부의 불균형을 키우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성과급 갈등의 본질은 돈만이 아니다(?)”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노조 지형 변화도 심상치 않다. 삼성은 한때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재 삼성에서는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면서 ‘같은 삼성’ 직원끼리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섭 전략 문제가 아니다. 삼성 조직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성과급 논란이 결국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AI 시대 반도체 산업은 승자독식(勝者獨食) 구조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HBM,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같은 핵심 분야에 자원과 인재가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성과평가 기준 역시 단기 실적보다 전략사업 기여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생존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핵심 사업’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보상과 위상이 달라지는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삼성은 오랫동안 ‘위기에 강한 회사’로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외부 경쟁사만이 아니라 내부 균열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가 삼성 특유의 조직문화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때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던 회사에서 이제는 노노 갈등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

 

최근 성과급 논란은 ‘AI 시대의 삼성은 과연 여전히 하나의 회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자>가 봤을 때 결국 지금 삼성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갈등의 본질은 돈만이 아니다. AI 반도체 시대에 누가 중심 사업이 되고 누가 주변으로 밀려나는가에 대한 조직 내부의 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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