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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초단타 알고리즘에 무너지는 개인투자자들의 '현주소'

이미 다른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개미들…사람 아닌 프로그램과 전쟁 중

[KJtimes=김봄내 기자] “딱 누르는 순간 사라졌다. 매수벽 믿고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증발했다. 클릭도 늦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끝난 게임이더라.”

 

개인투자자 강명수(34⸱가명)씨는 지난달 말 악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오전 9시 12분,코스닥의 한 AI 테마주가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호가창에는 8만 주가 넘는 대형 매수 주문이 등장했다.

 

강씨는 곧바로 40000만원어치를 매수했다. 매수벽이 워낙 두꺼워서 ‘세력이 받쳐주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면서 안심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판이었다.

 

체결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8만주 매수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바로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주가는 3분 만에 급락했다. 강씨는 하루 만에 1200만원 넘는 손실을 봤다.

 

◆ “매수벽 믿고 들어갔는데 순식간에 증발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단타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 투자자 한창민(39⸱가명)씨는 “예전에는 차트를 읽으면 대응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호가창 자체를 못 믿겠다”며 “매수벽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체결되자마자 사라질 경우 사람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허탈해했다.

 

10년 넘게 단타매매만 했다는 한씨는 기자에게 실례를 확인시켜줬다. 18일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한씨와 함께 기자가 들여다본 한 코스닥 종목의 호가창에는 수만 주 규모의 매수 주문이 쌓여 있었다. 화면만 보면 누군가 강하게 주가를 받치고 있는 듯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채팅방에는 ‘세력이 들어왔다’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 순간, 매수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제로는 0.3초 남짓이었다. 사람 손으로는 반응하기 어려운 속도였고 곧바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주가는 급하게 밀렸다. 초단타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한씨는 “최근 특정 반도체 종목에서 이상한 흐름을 반복해서 목격했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대량 매수벽 또는 1초도 안 돼 사라지는 주문 직후 급락하는 주가 등이 대표적”이라며 “사람 손으로는 절대 못 하는 속도”라고 푸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증권사 API 개발자는 “실제로 사고 싶어서 넣는 주문이 아닐 수 있고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한 탐색용 주문이 많다”면서 “이런 거래 구조는 ;심리 흔들기;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이어 “일부 세력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호가 잔량 변화, 체결 강도, 개인 매수 유입, 뉴스 키워드 까지 동시에 분석한다”며 “현재 시장이 이미 자동매매 전쟁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면 되는데 사람이 기사를 읽고 판단하는 동안 알고리즘은 이미 매매를 끝낸다”고 부연했다.

 

◆ “0.3초 사이에 시장 심리를 흔든다”

 

개발자에 따르면 그는 실제 현업에서 사용되는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은 실시간 뉴스 크롤링과 특정 키워드 감지, 텔레그램 방 모니터링, 자동 매수·매도 실행, 호가 패턴 분석 등이다. 일례로 정부 지원, AI, 수주, 양자, 로봇 같은 단어가 기사 제목에 등장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구조다.

 

기자는 금융투자 전문가들을 만나 이런 현상에 대해 질문을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하나 같이 ‘착시 효과’를 지적했다. 호가창에 보이는 대량 주문이 실제 수요처럼 보이지만 상당수는 언제든 취소 가능한 주문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모두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체결 의사 없이 시장을 속이면 ‘시장질서 교란’에 해당할 수 있지만 단순 알고리즘 매매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의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고 기술은 이미 몇 년 앞서 갔는데 규제와 감시는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라며 “AI가 뉴스를 읽고 프로그램이 호가를 흔들고 알고리즘이 인간 심리를 계산하는 게 지금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은 여전히 HTS에서 마우스를 누르는데 반대편 누군가는 0.1초 단위로 시장을 설계하고 있는 게 시장의 현주소“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단순한 손실 경험일 수 있지만 그 0.3초 안에는 지금 한국 증시가 얼마나 빠르게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는지가 압축돼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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