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선다. 혁신 서비스를 시험하는 수준을 넘어 유망 핀테크 기업의 성장과 제도권 금융시장 안착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규제를 넘는 핀테크, 판을 바꾸는 금융 대전환" 행사를 열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혁신친화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우수 혁신 서비스의 상용화를 지원하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 중심의 미래 금융환경에 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후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탄생시키며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한다. 실제 금리 비교 플랫폼, 예금·보험상품 비교 서비스, 선불충전금 연계 통장, 국내외 주식 소수점 투자 등 현재 일상화된 금융서비스 상당수가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 혁신 서비스가 제도권 금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크고, 스타트업이 자금과 규제 부담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험장'에서 '성장 플랫폼'으로 바뀌는 샌드박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샌드박스를 단순 규제 유예 제도에서 혁신기업 육성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우선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초기 단계부터 배타적 운영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법령 정비 이후 정식 인허가를 취득해야만 독점적 사업 운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혁신성이 인정될 경우 사업 초기부터 경쟁사 진입을 일정 기간 제한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상용화 비용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테스트 비용 지원 한도는 기존 1억2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나고 책임보험료 지원도 최대 100%까지 확대된다. 업계에서는 초기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심사 기준 역시 완화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의 경우 현재 재무상태뿐 아니라 향후 사업성까지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특히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또는 대기업 간 협업 모델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디지털혁신 전문가는 "그동안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성은 인정받아도 사업화 단계에서 자금과 규제 문제에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성공적인 혁신 사례가 늘어나면 투자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혁신사업자의 제도권 연착륙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수 혁신사업자에게는 정식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가점이나 패스트트랙 혜택을 제공하고, 서비스 종료 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체계도 마련된다.
특히 금융위는 향후 샌드박스 적용 대상 법령을 확대하고 AI 기반 금융서비스 실증, 금융권 인공지능 전환(AX), 망분리 규제 완화 등 미래 금융산업과 직결된 과제를 기획형 샌드박스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규제 개선을 넘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AI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 역시 규제 혁신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비자 보호와 금융 보안에 대한 관리체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보안 사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서비스 종료 시 소비자 보호계획 검토 절차를 신설하는 등 감독 체계도 병행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핀테크 기업이 규제 특례를 받아 실험하는 수준을 넘어 정식 금융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AI 금융과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확산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