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노쇼 사기'와 가짜 물품 거래를 앞세운 신종 피싱 범죄까지 금융당국이 즉시 계좌를 묶는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범죄 조직이 피해금을 순식간에 인출하거나 다른 계좌로 분산시키는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자 금융거래 단계에서 자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피해 확산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정상 계좌가 일시적으로 거래 제한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보완 장치도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0일부터 '신종 피싱 범죄 의심계좌 거래정지 방안'을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기존 보이스피싱 중심의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확대해 재화나 용역 거래를 가장한 신종 피싱 범죄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른바 '노쇼 사기'다. 범죄 조직이 대량 주문이나 계약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특정 업체에 자재비나 계약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이러한 유형이 보이스피싱으로 분류되지 않아 금융회사가 신속하게 계좌를 막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금융회사가 우선 계좌를 일시 정지한 뒤 경찰과 FIU 확인 절차를 거쳐 입출금을 차단하게 된다.
최초 거래정지 기간은 7영업일이며, 범죄 연루 가능성이 확인되면 추가로 30영업일 동안 거래가 제한된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한 차례 더 연장돼 최장 60영업일까지 계좌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마약·도박까지 확대 예고…'범죄자금 차단'이 금융정책 핵심으로
이번 조치는 단순히 피싱 범죄 대응을 넘어 금융계좌를 범죄수익 차단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금융범죄는 보이스피싱을 넘어 투자사기와 중고거래 사기, 노쇼 사기, 가상자산 사기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범죄 수익 역시 대포통장과 가상자산, 해외 송금 등을 거치며 순식간에 은닉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FIU는 이에 따라 현행 제도를 넘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해 거래정지 제도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신종 피싱뿐 아니라 마약과 불법도박, 불법사금융, 고액 사기 등 주요 민생범죄 의심계좌에 대해서도 FIU가 직접 거래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금융당국은 범죄 자금 흐름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금융계좌 통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 소비자 권리 보호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거래가 정지된 계좌 명의인은 금융회사나 경찰을 통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범죄 연루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 제한은 즉시 해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피해 신고 이후에도 범죄 조직이 돈을 인출해 버리는 사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초기 단계에서 자금을 묶을 수 있어 피해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법 전문가는 "최근 금융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범죄수익을 몇 분 안에 여러 계좌로 분산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제도는 범죄 대응 속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상 이용자의 재산권 제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정지 기준과 사후 구제 절차를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융범죄 대응의 핵심이 범죄자를 사후 처벌하는 데서 범죄자금 자체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과 FIU, 경찰, 금융회사 간 정보 공유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민생 금융범죄 예방 효과도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