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 # “예전에는 차가 들어오면 한 달 안에 나갔다. 요즘은 석 달이 지나도 그대로 서 있는 차가 적지 않다”(20년차 딜러 김모씨)
# “시장 자체가 죽었다기보다 차종별 양극화가 심해졌다. 잘 팔리는 차는 금방 빠지고 안 팔리는 차는 몇 달씩 재고로 남는다.”(25년차 딜러 강모씨)
# “문의 전화는 꾸준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손님들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18년차 딜러 한모씨)
지난주 찾은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평일 오후였지만 전시장을 찾은 소비자는 드물었다. 수백 대의 차량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지만 상담 테이블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가 줄지어 전시돼 있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는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 “한 달이면 팔리던 차가 석 달째 그대로”
현장의 분위기는 실제 거래량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량은 2025년 3월 20만6310대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19만8893대로 줄었고 5월에는 약 18만1000대로 감소했다.
5월 거래량은 전월보다 9.1%, 전년 동월보다 11.4% 감소한 수준으로 봄 성수기 이후 거래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고차매매 업계에서는 거래량 감소를 단순한 경기 둔화보다 소비자의 구매 관망세와 신차 할인 경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전기차’였다. 전기차는 시세를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는 게 이곳에서 매매를 중개하고 있는 딜러들의 공통된 말이었다.
20년차 딜러 김씨는 “내연기관차는 어느 정도 시세를 예측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제조사 신차 할인 한 번이면 중고 가격이 바로 흔들린다”며 “배터리 상태를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아 가격을 내려도 계약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실제 엔카의 최근 중고차 시세 분석에서도 전기차는 약세를 보인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5년차 딜러 강씨는 “신차 할인 확대와 소비자들의 배터리 성능 우려가 전기차 감가상각을 키운 반면 연비와 유지비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는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요즘 가장 빨리 나가는 차를 꼽으라면 하이브리드 SUV이고 반대로 전기차는 문의는 많지만 계약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확실히 낮다”고 전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차량을 오래 보유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매입을 위한 금융비용은 물론 주차료와 관리비까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매단지 곳곳에서는 장기간 전시 중인 차량과 가격 조정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8년차 딜러 한씨는 “예전에는 차량 회전이 빨라 금융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두세 달 이상 보유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며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춰 파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 “3개월 연속 감소세에 차보다 재고가 무섭다”
소비자들의 심리도 달라졌다. <기자>가 매매단지에서 만난 직장인 안재일(53⸱가명)씨는 “중고 전기차를 알아보고 있지만 가격이 계속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많아 쉽게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며 “배터리 교체 비용과 잔존가치가 걱정돼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 차량을 먼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제조사의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다. 과거 중고차 시장이 개인 매매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중고차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자동차매매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고차 시장을 단순한 침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 판매와 소비심리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업종이지만 최근에는 신차 할인 경쟁, 전기차 감가상각 확대, 하이브리드 선호, 인증중고차 시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거래량 감소보다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딜러 김씨는 “예전에는 가격만 맞으면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누가 판매하는지’, ‘보증은 얼마나 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가격 경쟁에서 신뢰 경쟁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오래 일했다는 딜러 강씨는 "예전에는 어떤 차든 가격만 맞으면 팔렸으나 지금은 소비자가 차를 고르는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앞으로는 싸다고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 믿을 수 있어야 팔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러 한씨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는데 차량 이력과 배터리 상태, 보증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며 “거래 부진보다 시장 재편이 더 큰 변화”라고 말하며 최근의 변화를 압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