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요즈음 세정가 사람들을 만나면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화두 중 하나가 ‘정보보안’이다. 국정원만큼이나 철통같았던 국세청의 정보보안이 예전보다 느슨해졌다는 게 화두의 핵심이었다.
국세청을 오래 출입하고 있는 본지 <기자>가 봐도 그렇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세청의 정보에 대한 보안은 철통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세청은 국민의 재산과 소득에 대한 모든 자료가 보관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는 생각은 ‘국세청이 정보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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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정보보안이 최우선인가”
단적인 실례가 얼마 전 일어난 충격적인 국세청 용인세무서 정보 유출 사건이다. 지난해 2월 용인세무서 소속 사무관인 A 과장이 용인지역 납세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을 전임 과장이었던 지인인 B씨에게 무단으로 전달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용인세무서 내 개인사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사업자등록번호, 상호, 사업장 소유 구분, 개업일자 등 총 6개 항목이다.
해당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국민의 개인정보와 과세 정보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가, 그것도 권력기관인 국세청에서 발생한 일이라 쉬쉬하고 넘어가고 있다.
사실 민간 기업에서 고객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될 경우 최고경영자가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안 시스템을 개선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세청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 가장 민감한 납세 정보를 보유한 국가기관이라면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안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국세청장이 직접 나서 사죄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유야무야(有耶無耶) 넘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서 <기자>는 하나의 의구심이 들었다. 국민의 민간 재산 정보를 모두 관리하는 국세청에서 이러한 상식 밖의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년간 만나본 일반 국세청 직원들의 보안 의식은 무척 투철했는데 어떻게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됐을까.
<기자>가 국세청을 출입하면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장정보(구 밀알정보) 수집에 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국세 공무원들의 업무 자리 배치 문제이다.
국세청 직원은 매년 연간 6건 정도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제출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포착한 탈세 단서를 모으는 제도로, 세원 발굴의 중요한 거름 역할을 해왔다. 신혼여행 스냅 촬영 업체의 현금영수증 미발행이나 중고차거래 시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유도 등 서류상 파악하기 힘든 음성적 탈루 행위를 잡아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과세권을 벗어난 사소한 탈루행위도 모두 잡아낼 수 있다. 반면 나쁜 의미로 본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일거수일투족 전부 국세청의 감시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탈세제보 제도를 강화해 국민들이 서로를 고발할 수 있는 ‘오가작통제(五家作統制)’를 잘 운영하고 있다. 탈세 포상금으로 인해 사장이 직원을 믿지 못하고 가족이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밀알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 직원들은 국세청의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에 저장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부에서 단서를 잡아낸 정보를 확정하기 위해 NTIS에 저장된 자료를 폭넓게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상급자의 결재를 얻어야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상급자의 결재 프로세스가 다소 형식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원들은 밀알정보 보고서 작성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이나 식당 주인, 대기업 회장 등 관계없이 그들의 가족관계와 수입금액, 재산형성 등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밀알’이라는 이름 하에 국민들의 예민한 정보가 무한히 오픈되어 있는 것이다. 국회에도 과세자료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제출하지 않는 자료들이 밀알정보라는 한 단어에 무한히 오픈되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할 뿐이다.
<기자>는 묻고 싶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지한 정보는 보안이 가능한지, 열람했던 직원이 퇴직한 이후 활용한다면 어찌할 것인지, 이미 탈세제보시스템이 잘 활용되고 있는데 밀알정보를 왜 유지하고 있는지 말이다.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국세청의 현장정보(구 밀알정보)는 단순한 보고자료가 아니다. 회계장부나 신고서만으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 탈루 행위와 변칙 거래를 찾아내는 국가의 '숨은 눈'이자 세정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당현히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전국 2만여 국세공무원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국민의 성실납세 문화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사명감이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 건의 현장정보는 단순히 한 번의 세무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 거래 관행과 탈루 수법, 새로운 조세회피 유형을 축적해 이후 세무조사의 방향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결국 현장정보의 진정한 가치는 더 많은 사람을 조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조사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찾아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대다수 국민이 불필요한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래서 현장정보는 반드시 지켜야 할 국가 경쟁력이자, 그 가치만큼이나 철저한 정보보안과 엄격한 관리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하는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 “조사보다 정보보안이 먼저다”
<기자>가 국세 공무원들의 업무 자리 배치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국세청의 본청이나 지방청에 방문하면 직원들의 공간이 서로 오픈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옆에 있는 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서로 소통을 원할히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직원의 업무를 인지한 직원이 자신의 이해타산(利害打算)에 따라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선 세무서의 자리 배치이다. 법인세과, 재산세과, 소득세과, 부가세과, 징세과 등 모두 할 것 없이 옆에 있는 직원이 하는 업무를 모두 보고 듣고 있다. 어떤 기업이 조사를 받고 있는지, 체납이 있는지, 거래처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보고 듣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조사과를 방문해 보면 조사팀 간 간격이 너무 좁고 그들 사이에 칸막이 가 너무 낮다. 납세자와 통화하는 소리가 조사과 전체에 들린다. 여기에 지나가면서 보이는 서류에 기재된 납세자 정보까지 모두 노출되어 있다면 그냥 보안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고밖에 할 수 없다.
<기자>가 취재한 바로는 조사과는 몇 년 전 정보팀의 별도 공간을 없애고 관리팀과 합쳐서 자리를 배치했다. 이로 인해 정보팀의 직원과 관리팀의 직원이 오픈된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다.
취지는 좋다. 정보와 관리가 협업해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보안이 최우선인 정보 업무를 다루는 담당자들을 오픈된 공간에 배치하는 것은 국세청이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없다.
조사과 내에 정보팀과 관리팀, 조사팀이 하나로 뭉쳐 있으니 누가 조사를 받는지,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 등이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는 셈이다.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가령 옆에 직원이 자료처리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 세무사가 자신이 예전에 모셨던 상사나 선배인 세무사인 경우 옆에 있는 직원의 처리 방향을 몰래 알려주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국세청은 전직 직원들이 퇴직한 이후 세무사를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러한 전관 문제가 항상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 보안이 허술하면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각 팀이 서로 어느 기업이나 개인을 조사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하는 것은 국세청 조사의 원칙이다. 그럼에도 조사 과정이나 정보 수집 등을 조사인력 외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얼마나 정보보안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국세청은 지금이라도 정보 접근 권한은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조사 조직과 정보 관리 조직의 운영 방식은 보안 원칙에 부합하는지, 사무공간과 업무 환경이 정보보호 관점에서 적절한지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국민은 자신의 소득과 재산, 사업 현황 등 가장 민감한 정보를 국가에 맡기고 있다. 그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세정의 권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국세청 정보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