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정부가 반복되는 열차 고장과 철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철도차량 정비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 '고장 후 수리' 방식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예방정비 체계를 도입하는 것. 특히 탈선 위험이 있는 차량은 원칙적으로 영업 운행을 금지하는 등 철도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한다.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2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철도차량 정비 전주기 강화대책'을 마련해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대책은 예방정비부터 현장 대응, 사고 원인 분석, 정비기준 개선까지 철도차량 관리 전 과정을 혁신해 열차 고장과 운행 장애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철도 고장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열차 고장으로 인한 운행장애는 2025년 74건이 발생, 2026년 상반기에는 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건)보다 9건 증가했다. 특히 탈선과 화재 등 중대 사고와 연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운행 20년 이상 노후 차량 비율이 고속철도는 53%, 일반열차는 62%까지 높아졌고, 폭염과 한파 같은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차량 피로도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고장 예측 정비로봇 투입…철도 유지보수 패러다임 변화
정부는 우선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후 핵심 부품 교체를 대폭 확대한다.
탈선 위험이 높은 주행장치와 주요 전기설비는 성능을 개선하고, 2030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입해 KTX 등 고속열차의 노후 전기장치 30개 품목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또 동일 부품에서 연간 두 차례 이상 고장이 발생하면 '고장 빈발 부품'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외주 정비업체에 대해서도 현장 실사와 부품 성능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AI 기반 상태기반정비(CBM·Condition Based Maintenance) 도입이다. 정부는 KTX-이음과 KTX-청룡 등 신규 차량부터 동력장치, 제동장치, 출입문, 냉난방장치 등 16개 핵심 장치에 센서를 설치해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이상 징후를 분석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현재의 실시간 고장 진단 기능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이상 징후 예측, 2030년에는 부품 잔여 수명까지 예측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운행 중 이상을 감지하는 감시체계도 확대된다. 정부는 차축 과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차축온도감지장치(HBD)를 고속철도 칠곡~영천 구간에 추가 설치하고, 주행장치 발열 감시 시스템도 대전·동대구·익산 등 주요 역사로 확대 구축하기로 했다.
비상 상황 발생 시에는 서울역, 부산역, 광주송정역, 수서역, 오송역, 경주역 등 전국 6개 거점역에 상시 배치된 예비열차를 활용해 30분 이내 대체 열차를 투입하는 대응체계도 마련한다.
특히 동력·주행·제동 등 14개 핵심 장치에서 이상이 확인된 차량은 원칙적으로 영업 운행을 금지하고,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차량을 고의로 운행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도 시행한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분석하는 방식도 개선한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기술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작사 등이 공동 참여하는 원인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조사 결과를 정비 매뉴얼과 차량 기술기준, 형식승인 제도 개선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운영기관별로 분산된 정비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하고, AI가 고장 사례와 정비 이력을 분석해 실시간 정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AI 차량유지보수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철도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순한 정비 강화가 아니라 철도 유지보수 체계를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철도안전 전문가는 "철도 선진국은 이미 시간 주기 중심 정비에서 차량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는 예측정비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국내도 AI 기반 유지보수가 정착되면 돌발 고장을 줄이고 부품 교체 시점을 최적화해 안전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노후 차량 증가와 기후변화, AI 기술 발전 등 철도 운행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정착시키고 현장 대응 역량과 정비 기반을 혁신해 국민이 더욱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철도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