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서울 시내 자치구들이 악취 민원과 보행 불편 등을 이유로 멀쩡한 가로수 수백 그루를 베어내고 있어 객관적인 원칙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환경연합은 시민 24명과 함께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2026년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한 해 동안 수종교체(바꿔심기) 사업으로 서울시에서 사라지는 은행나무는 최소 792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까지 감안하면 실제 제거되는 수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수백 그루의 가로수를 제거하는 대형 사업임에도 정당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사업 근거로 ‘민원 해결’, ‘보행 경관 개선’, ‘시민 불편 해소’ 등 포괄적인 사유만을 제시했다.
일부 자치구가 실시한 수목 진단조사 역시 수종교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서대문구의 경우 통일로 은행나무 7그루를 수나무로 바꾸는 과정에서 단층촬영을 실시했으나, 진단 결과 부후도가 위험성이 낮은 B등급과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C등급으로 판정됐음에도 악취와 보행 불편을 이유로 수종교체가 권고됐다. 교체 대상 7그루는 모두 암나무였다.
그러나 악취 민원이 주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월 동대문구가 무학로 일대 은행나무 61그루를 제거하려 하자, 한 주민이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실시한 약식 투표에서 참여자 83명 중 61명이 제거에 반대하거나 열매 수거 및 가지치기 등 대안적 관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환경연합 "민원보다 원칙과 데이터 우선돼야"…기후환경부 권고도 재조명
조해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도시의 오래된 나무가 품는 가치는 단기간의 불편함을 뛰어넘는다”며 “목소리 큰 몇 명의 민원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과 데이터, 객관적인 위험성 평가로 대응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도 2023년 3월 지침을 통해 단순 수종 갱신 목적의 수목 제거에 신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모니터링에서 25개 자치구의 가로수 계획 평균 점수는 지난해 34.04점에서 올해 65점으로 대폭 상승했다. 서울시의 개선 조치에 따라 모든 자치구가 법적 의무사항을 포함한 계획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정보 공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사후관리계획과 주민참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부분의 시민참여가 제초나 낙엽 제거 등 단순 유지관리에 집중됐고, 계획 수립이나 변경 과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는 부족했다. 또한 영등포구 국회대로 및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공사 사례처럼 서울시나 국토교통부 등 타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 과정에서 제거되는 가로수가 자치구 연차별 계획에서 누락되는 사각지대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모니터링 전체 결과를 서울시 및 25개 자치구 가로수 담당자에게 전달했으며,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전문을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