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환자 진료 현장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정부가 뇌졸중, 파킨슨병, 암 진단, 심혈관 질환 예측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분야의 AI 의료기기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지원에 나선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보산진)은 4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Sprint·보건분야, 디지털 의료기기)' 착수보고회와 사업 협약식을 개최하고, 최종 선정된 6개 운영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AI 의료기기의 임상 적용과 시장 진입 지원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기업과 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성능과 효과를 검증하고 의료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AI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더라도 의료기관 도입과 건강보험 수가 적용 과정에서 높은 진입 장벽을 겪어왔다.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고, 환자가 혁신 의료기술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번 AX-Sprint 사업을 통해 이러한 '상용화 공백'을 줄이고, AI 의료기기가 빠르게 진료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임상 실증, 실사용 데이터 축적, 마케팅 등을 종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뇌졸중부터 암·심혈관까지…"AI 진단 정확도 높이고 의료 부담 줄인다"
이번에 선정된 6개 컨소시엄은 국민 체감도가 높고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먼저 뇌질환 분야에서는 급성 뇌졸중과 파킨슨병 진단을 지원하는 AI 기술이 검증된다. '제이엘케이 컨소시엄'은 뇌관류 및 뇌경색 분석 AI를 한림대 성심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22개 병원 신경과에 도입한다. 해당 AI는 급성 뇌졸중 환자의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을 지원하고, 환자 예후 개선 효과와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휴런 컨소시엄'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3개 병원 신경과와 협력해 MRI 기반 파킨슨병 진단 보조 AI의 임상 검증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파킨슨병 진단을 위해 양전자 단층 촬영(PET) 검사가 활용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AI를 활용하면 검사 부담을 줄이고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 진단 분야에서는 AI가 영상 판독과 내시경 진단 보조 역할을 맡는다. '루닛 컨소시엄'은 흉부 X-ray 및 유방암 진단 보조 AI를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등 10개 병원에 적용한다. 총 25만 건 규모의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해 AI 진단 정확도를 검증하고, 향후 건강보험 수가 체계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프리베노틱스 컨소시엄'은 위내시경 실시간 AI 분석 솔루션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7개 대형병원 소화기내과에 도입한다. 내시경 과정에서 AI가 위암 전구병변을 실시간 분석해 의료진 판단을 보조하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는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심혈관 분야에서도 AI 기반 위험 예측 기술 상용화가 추진된다. '시너지에이아이 컨소시엄'은 생체신호 분석 AI를 서울성모병원, 고려대구로병원 등 15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등에 적용해 부정맥 위험 예측 가능성을 검증한다.
'메디웨일 컨소시엄'은 연세세브란스병원, 한양대구리병원 등과 협력해 안저 영상 기반 심혈관 위험 평가 AI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다. 이를 통해 만성질환자와 수술 전 환자의 심혈관 위험 평가 분야에서 의료 활용성과 보험 수가 등재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은 정부와 기업,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4일 열린 착수보고회 및 협약식에는 보건복지부와 보산진 관계자, 6개 주관기업 대표, 주요 참여 병원의 연구책임자 등 60여 명이 참석해 AI 의료기기의 성공적인 의료 현장 도입과 환자 편익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 성창현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사업은 AI 디지털 의료기기가 단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진료실에서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우수 AI 의료기기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을 통해 축적된 자료와 시장 진입 경험이 국내 의료AI 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는 "정부, 개발기업,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실질적인 임상 성과와 산업적 결실을 동시에 창출해야 한다"며 "진흥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 밀착 관리와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AX-Sprint 사업은 국내 의료AI 산업이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환자 치료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도약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실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검증과 보험 체계 진입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AI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