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의류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20대가 경기불황으로 옷을 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0~50대는 보험을 해약하는 한편, 유흥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고 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하나SK카드 회원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 20대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4분기부터 계속 줄어들었다. 특히 의류 업종은 상위 지출 업종 10위권에서 밀려났다. 20대 카드 사용액에서 의류항목이 톱10에서 제외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2분기 의류 관련 카드 지출은 110억원으로 지출 항목 중 12번째로 나타났으며 1분기에도 101억원으로 상위 10위에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0대가 옷차림에 가장 신경을 쓰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경기 불황이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소비성향은 하나SK카드가 최근 1년여간 회원의 카드 지출을 연령별, 업종별, 이용금액별로 분류해 도출한 것이다.
올해 들어 20대와 30대는 ‘가정 주거’ 소비가 급증한 것이 가장 두드러진 소비 성향이다.
‘가정 주거’란 보일러, 가스, 인테리어, 장판, 전자제품 등 주택 안을 꾸미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택거래가 부진한 상황에서 전·월세 이사가 늘면서 관련 소비가 대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대의 2분기 ‘가정 주거’ 카드 지출은 139억원으로 지출 항목 중 8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2분기까지는 ‘가정 주거’ 항목이 상위 10위에 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30대의 2분기 ‘가정 주거’ 결제도 434억원으로 지출 항목 10위에 올랐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가 많은 30대는 빡빡한 살림살이에도 교육비는 줄이지 못했다.
2분기 30대의 ‘자녀 교육’ 항목 카드 지출은 806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지출 항목 5위에 진입했다.
주거·교육비로 생활비가 부족해진 30대는 보험을 깨는 사례가 많았다.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호주머니 사정이 급하다 보니 미래의 가계 안전판마저 깨버린 것이다.
30대의 카드 지출 항목 중 10위권을 형성했던 보험료는 2분기에 312억원으로 상위권에서 아예 사라졌다. 50대 또한 160억원에 그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외 활동이 활발한 40대가 유흥비를 줄였다. 지난해 40대 지출 항목 8위였던 유흥비는 지난 2분기에 429억원으로 9위에 그쳤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40~50대의 통신비 증가도 눈에 띈다.
2분기 40대의 통신비 결제는 488억원으로 지출 항목 중 7위였다. 50대는 170억원으로 처음으로 9위에 올랐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카드 지출 현황에 불황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면서 “옷 사기를 꺼리고 보험을 해약하며 유흥비를 줄이는 모습에서 서민의 빡빡한 가계 살림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