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에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밀항해 지금의 롯데를 일군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식 경영을 일본인보다 더 철저히 적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자기희생, 고객위주의 경영, 근검절약, 부단한 혁신 등으로 대표되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식 사고방식은 여러 일화를 낳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987년 신 총괄회장이 “왜 스스로 운전하지 않는가. 자기 차는 자기가 몰도록 하라”라고 지시를 내려 그날 이후 롯데의 모든 임원들이 손수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모든 계열사 운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경영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일 양국에서 동일하게 각 계열사 사장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달에 각 사장들로부터 주요 사항에 관해 구두로 보고를 받을 뿐이다. 신 총괄회장이 한창 경영전선에 있을 당시 그의 정확한 기억력과 판단력에 사장들이 깜짝 놀랐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또 다른 탁월함은 미래를 예측해 적재적소에 투자하는 능력에 있다.
롯데타운이 들어서기 전 황량한 벌판이었던 잠실에 진출할 당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보이자 신 총괄회장은 "상권은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는 일화는 유통업계에 유명한 이야기다.
롯데호텔 건립계획을 내놓았을 때도 사람들은 “그런 거대시설이 과연 세워질 수 있을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신 회장은 특유의 판단력으로 큰 사업을 이뤄냈다. 이를 위해 신 총괄회장은 1971년 청와대를 방문해 관광진흥을 맡고 있던 양윤세 경제제3비서관을 만나 호텔사업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은 “20대에 일본에 가서 부를 축적했으니 고국에 투자하고 싶다. 고국에 투자하되 과실송금은 절대 안하겠다. 적자로 두 번이나 유찰된 바 있는 반도호텔을 넘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반도호텔 부지를 당시 최고시세로 매입했고 국립도서관 부지, 중국음식점 아서원 땅 등을 포함시켜 롯데호텔을 건립했다.
이처럼 특유의 판단력과 혁신, 열정으로 오늘날 롯데왕국을 키워낸 신 총괄회장은 지금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그를 옆에서 보필하는 임원들을 신 총괄회장을 ‘아흔의 나이에도 꿈을 꾸는 청년’이라고 말한다.
임원진이 ‘회장님 좀 쉬셔야 합니다’라고 말을 할 때마다 신 총괄회장은 한결같이 대답한다고 한다. 그는 “사업구상을 하면 행복해. 뭔가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다 이루었다 하면 무슨 재미냐 나는 24시간 생각해. 이 다음에는 뭘 어떻게 저 이상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까 꿈을 꾸고 설계를 하는거야.”라고 말하며 행복한 사업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kjtimes=김봄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