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사장단 인사에서 제외됐던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부사장에 선임됐다. 신임 이 부사장의 남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도 부사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는 제외됐다.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삼성그룹의 첫 인사는 3세 경영진의 전면 등장과 ‘젊은 조직’에 초점이 맞춰졌다.
8일 삼성그룹은 각 사별 2011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승진 30명, 전무 승진 142명, 상무 승진 318명 등 총 490명 규모다.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지난 3일에 실시된 바 있다.
삼성은 “지속적인 원천기술 확보, 차별화된 제품경쟁력 제고 및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둔 성과를 반영했다”라며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전무 이상 고위임원의 경우 역대 최고인 172명을 승진시켜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 갈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 사업별 책임경영도 가속화 했다. 상무 승진도 사상 최대인 318명을 선임해 실무를 진두지휘할 팀장급 임원을 보강했다.
날로 치열해져 가는 기술경쟁속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으며, 석박사 인력도 역대 최대인 126명을 임원으로 승진 조치해 임원의 질적 구조를 고도화했다. 상무 승진자 중 연구개발(R&D) 인력은 1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대비 31%나 증가했다. 석박사 인력 역시 전년대비 40% 늘어난 126명이 상무로 올라섰다.
역량이 검증된 사람은 연령과 직급 년차에 상관없이 과감히 발탁해 경영진의 면모를 일신했다. 또 이들을 그룹의 미래경영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이번 승진자 490명 중 발탁 승진은 79명으로 2006년 인사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승진 시기를 2년 이상 앞당긴 숫자도 작년 4명에서 올해 12명으로 3배 증가했다.
이번 발탁 승진자는 부사장의 경우 제일모직 이서현 전무와 김재열 전무 부부를 포함해 삼성전자 박동건 전무, 홍완훈 전무 등 4명, 전무의 경우 ▲삼성전자 김병환 상무, 김옥현 상무, 박길재 상무, 노태문 상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남효학 상무 ▲삼성테크윈 배춘렬 상무 ▲삼성엔지니어링 전광용 상무 등 7명, 상무의 경우 삼성전자 이민혁 수석 등 1명이 이름을 올렸다.
30대 임원 승진도 3명이 나왔다. 모두 삼성전자 소속이다. 양준호 수석(39세), 문성우 부장(39세), 이민혁 수석(38세) 등이 주인공이다. 양 수석은 삼성 TV제품의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인력으로 2006년 보르도 TV를 시작으로 2010년 3D LED TV까지 혁신적 디자인을 주도하며 경영에 기여했다. 문 부장은 KAIST 산업공학 박사로 SCM 및 유통관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전사 물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혁신해 선진 물류체계 구축을 주도했다. 이 수석은 이번 인사 최연소 상무 승진자로 ‘갤럭시S’를 비롯한 스마트폰 디자인 부문의 탁월한 성과를 높이 인정받았다.
여성 인력도 확충했다.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5명 등 총 7명이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은 제일모직 이서현 전무, 전무 승진은 삼성SDI 김유미 상무, 상무 승진은 ▲삼성전자 송영란 부장, 박희선 부장 ▲삼성SDI 이지원 부장 ▲삼성SDS 김영주 부장 ▲삼성증권 이재경 부장 등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책임자들을 본사 정규임원으로 선임하여 현지인들에게 삼성에서의 성장비전을 제시했다. 또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영입해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여줬다.이상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