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조총 부대를 이끌고 조선에 쳐들어왔다가 곧바로 귀순해 왜군과 맞서 싸운 김충선(金忠善) 장군의 기념비가 일본땅에 세워졌다. 김 장군의 일본 이름은 사야카(沙也可)다. 9일 일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중의원 의원에 따르면 와카야마(和歌山)현 주민들은 지난달 13일 이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인 기슈도쇼구(紀州東照宮) 경내에 김 장군의 기념비를 건립했다. 와카야마현은 니카이 의원의 지역구다. 기슈도쇼구는 임진왜란 이후 단절된 조선과 일본의 국교를 회복하는 데 힘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기리는 신사(神社)다.
김 장군은 1592년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선봉장 자격으로 조총 부대를 이끌고 임진왜란에 참전했다. 그러나 전쟁에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한 차례의 전투도 하지 않은 채 부하들과 함께 경상도 병마절도사 박진에게 투항했다.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에서 전공을 올려 정2품 정헌대부에 올랐다. 당시 선조가 ‘김해 김씨’의 본관을 내렸고,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그의 후손은 7000여 명에 이른다.
기념비 건립은 지역단체인 ‘와카야마의 관광을 생각하는 100인 위원회’가 추진했다. 13일 열린 제막식에는 김 장군의 14대손인 김재석씨와 김충선연구회 고문인 최종대씨, 니카이 의원, 김 장군의 일화를 연구해온 작가 고사카 지로(神坂次郞),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1.5m 높이의 기념비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증한 한국산 음성석(陰城石)으로 만들어졌다. 기념비 옆면과 뒷면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한·일 양국의 우호를 바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김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