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소녀상 전시 중단...아이치 日 지사 "검열, 위헌"

2019.08.06 10:14:58

[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최대 규모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가운데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가 "헌법 위반 우려가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오무라 지사는 기자회견을 결고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 시장과 보수정당 '일본 유신의 회'의 스기모토 가즈미(杉本和巳) 참의원 의원이 전시 중지를 요청한 것과 관련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전시물의) 내용이 '좋다', '나쁘다' 얘기하는 것은 검열"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에 위반한다는 의심이 극히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권력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 있어도 받아들이는 것이 헌법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오무라 지사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행사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세금을 사용하니 (해도 되는 것의) 범위가 정해졌다는 것이 최근 논조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대다(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관련 기획전의 전시 비용은 420만엔(약 4천823만원)으로, 전액 기부로 충당했다"고 덧붙였다.

오무라 지사는 자신이 전시 중단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안전안심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이날 아침에도 '석유를 뿌리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아이치현에 도착해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전시 중단 발표가 안전을 위한 것이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번 트리엔날레 전체 실행위원장이다.

앞서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지난 2일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과 관련해 "일본 국민의 마음을 밟아 뭉개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전시 중지를 요구하는 항의문을 오무라 지사에게 전달한 바 있다.

스기모토 의원도 "공적 시설에서 공적 지원을 받아 실시되는 행사로 극히 부적절하다"는 비판 서한을 아이치현에 제출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위안부 소녀상 전시 중단에는 우익의 위협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중단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보조금 교부와 관련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해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예산을 깎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후 소녀상 전시회는 다음날인 3일 중단됐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전시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나는 기자의 질문에 답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익의 위협에 대해서도 "일반론으로 폭력과 협박은 있어서는 안 된다. 형사사건으로 다뤄질 게 있다면 수사기관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권찬숙 기자 kcs@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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