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국내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목표로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금융기관들이 1800억원에 달하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회사채를 인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도 석탄 회사에 투자하는 이중적인 행보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처음 계약 내용을 이유로 계속해서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돕고 있다.
앞서 지난해 전체 채권 규모의 88.6%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가 탈석탄을 선언했으며,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 삼척에 건설되고 있는 삼척블루파워는 4조 9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1조원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4회에 걸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가장 최근 자금 조달 시도는 지난해 6월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금융기관의 탈석탄 분위기에 따라 전량 미매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척블루파워는 약 1년 만에 또다시 1800억원에 달하는 공모 회사채를 이달 말까지 발행하며, NH투자증권 등 6개 금융기관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다는 계획이 지난 3월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25개 환경, 시민, 청소년 단체들로 구성된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관을 규탄하고 자산운용사들에 회사채 인수 거부를 요구하기 위해 지난 5일 오전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석탄을 넘어서’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대기오염물질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석탄발전이 빠르게 경제성을 잃고 가동률이 예상 아래로 밑돌면 삼척블루파워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의 재무적 리스크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석탄 수송을 위한 항만 공사로 해안침식이 발생해 맹방해변이 파괴되는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수반되며 삼척 시민들의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음 정부도 석탄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러 신용평가사가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다예 녹색연합 활동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비중을 계속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뿜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ESG, 책임투자, 탈석탄을 이야기하는 금융기관이 이러한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탈석탄이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수익성도 안 좋을뿐더러, 기후변화에 앞장서 나가는 금융기관의 이미지마저 해치는 사채 주관을 조속히 손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을 넘어서’는 “그간 수차례 반복된 비판에도 진행 중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중단에는 이르지 못하는 금융기관들의 행보는 ‘그린워싱’이자 ‘거짓 선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석탄발전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철회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국내 최대규모의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제한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뿐만 아니라 작년 초 회사채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관투자자들의 회사채 최종 인수 여부 또한 확인할 것”이며 “국민의 자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중단과 선언을 넘어선 책임 있는 행동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