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삼성중공업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연이어 '패소'했다.
우선 삼성중공업이 하도급 작업 시작 이후에야 하도급 업체들에 계약서를 발급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자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지난 9월25일 법원(서울고법 행정6-2부, 위광하 홍성욱 최봉희 부장판사)은 삼성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2014∼2015년 하도급 업체들에 도장 등 선박 임가공 총 696건을 맡기면서 작업 시작 전 서면(계약서)을 발급하지 않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도급법 3조 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을 위탁하는 경우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두로 하도급 계약을 맺은 뒤 작업 시작 직전 계약을 철회하는 등 수급사업자에게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문제가 된 계약 696건 가운데 692건은 하도급 작업 시작 전에 계약요청서 내부 결재가 완료됐다"며 "내부 결재가 이뤄지면 더는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만큼 서면 발급이 이뤄진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중공업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하도급 업체들의 신고가 접수된 지 3년이 지나서야 시정명령이 내려진 619건, 작업 도중 불가피하게 이뤄진 경미하고 빈번한 수정작업에 대한 하도급 계약 8건은 시정명령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작업 계약에 대한 시정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하도급법은 서면에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모두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원사업자가 계약을 철회·변경하는 경우에 대비해 계약 내용을 명백히 하는 취지"라며 "수급사업자들이 전자인증을 마쳐야 비로소 서면이 발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정되는 의무 위반 계약이 69건으로 적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가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은폐하려 수급사업자에게 자료 삭제를 요구하는 등 행위의 불법성이 크고 추후 하도급법 위반을 은폐하며 같은 행위를 반복할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노조와해 하려고 '문제인력' 파악?" 법원 "위자료 줘야" 판결
한편, 노동조합 와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직원들을 '문제 인력'으로 분류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그룹 관련자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재판장 김창형‧당우증‧최정인 판사)는 삼성중공업과 삼성그룹 임직원 등이 낸 항소에 대해 지난 9월22일 기각 판결한 후, 직원 26명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유와 같고 그대로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추가 위자료를 청구했던 직원 1명에 대해서만 각자 부담하도록 하고, 나머지 직원(원고) 25명에 대해서는 피고(삼성중공업 등)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1심과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2년 5월 직원 26명을 문제 인력으로 규정해 나이와 성향 등 개인정보를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내지 미래전략실에 제공해 왔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와 공모해 외부와 연계돼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문제 인력을 파악한 후 연말정산 내역을 통해 소위 불온단체에 기부한 직원을 추렸다.
피고인 삼성중공업이 2013년 5월경 3명의 기부 내역을 확인해 무단으로 제공했던 것.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노사업무 총괄을 했던 강경훈 부사장을 포함한 2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기소돼 2019년 2월에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은 올해 3월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그룹 노사전략에 따라 노조 와해 수단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로부터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 활동을 할 것으로 우려되는 소위 문제 인력 등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아 관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직원들은 "피고들은 노조 와해 수단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회사를 포함한 삼성그룹 각 계열사 인사담당자들로부터 문제 인력으로 파악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관리하기로 공모해 왔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021년 9월 1심 재판부(조규설 판사)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개인정보 제공의 내용과 그 정도, 원고들과 피고들 간의 관계, 이후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