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드림팩토리가 결국 악몽으로?"
이디야커피(이하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과의 사전협의도 없이 가맹점에 납품하는 커피류 용기 사이즈를 상향 조정하고, 음료 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가맹본부는 용기 사이즈 변경 및 음료 가격 변경(안)을 지난 10월17일 20시 30분경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공지하고, 18일 인상안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이디야커피 점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19일 100여명의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항의 방문, 공정위 신고 접수 등의 반발이 심해지자 20일 다시 "가격인상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다시 번복했다.
17일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주들이 보는 물류사이트를 통해 '커피가 들어가는 용기의 기본 사이즈를 기존 13oz(온즈)에서 18oz로 변경'해 기존 원두 1샷이 2샷으로, 큰 사이즈의 경우 기존 22oz를 24oz로 바꾸는 변경안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이디야 가맹점주들은 "이디야본사의 골칫거리 문제인 원두 재고를 용기 사이즈를 키워 가맹점주들에게 기존 원두의 두배를 판매해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앞서 이디야는 지난 2020년 '스틱커피'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경기도 평택 포승공단에 연면적 1만3064㎡짜리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를 세운바 있다. 하지만 해당 공장건립에만 400억원을 투자하며 론칭한 스틱커피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2%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판매부진으로 인해 평택의 자체 로스팅공장에서 생산된 원두 악성재고가 나날이 쌓여 심각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이디야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디야의 재고자산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52억원이었다. 하지만 로스팅공장 완공 이후 2020년 약 147억원으로 3배 늘었다. 지난 2021년에는 173억원으로 또다시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커피 등은 유통기한이 있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팔 수 없다. 특히 이디야의 또다른 'Dream'으로 추진예정인 IPO 기업 상장 절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디야본사 측이 나날이 늘어만 가는 원두 재고 문제를 전국의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레시피 변경'을 선택,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A가맹점에서 이디야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원두재료비가 매월 400만원이라면 레시피 변경으로 원두소비량을 두배로 늘려야 한다. 400만원에서 800만원을 매월 부담해야 하는 것.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재료비를 두배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디야본사는 "고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마케팅 방안들을 고심했고, 그 결과 결정된 내용이다"라며 "결국 가맹점을 위한 방안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변경(안)을 통하면, 이디야본사 입장에서는 스틱 커피 시장 참패로 늘어가는 악성재고를 점주들에게 떠넘기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동시에 본사의 원두 매출 이익은 11월1일부로 순간 두배로 껑충 뛰어 IPO기업상장에도 파란불이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가맹점주 "점주와의 상생? 아니 살생"…공정위 문제 제기
격분한 일부 이디야 가맹점주들은 19일 본사로 찾아가 항의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은 '가맹종합지원센터'로 달려가 상담을 받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중 '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부당한 강요(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거나 가맹점사업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에 저촉된다'며 신고 접수했다.
신고 접수를 받은 공정위 측이 19일 이디야본사에 확인 절차를 밟았고, 이디야본사는 당초 11월1일 강제시행 하려던 것을 가격 인상안 등을 잠정보류한 상태다. 회사측은 "가격인상을 보류했고, 공정위에서도 사건 종결로 처리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공정위가 조사중이라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가맹점주들 "새로운 권익범 신임대표에 불만"
A가맹점주는 "새로운 가격인상안 해프닝은 지난 7월 리테일 출신의 권익범 신임대표가 취임하면서 생긴 문제다. 컴 사이즈를 크게 해 원두 재료량을 두 배로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안)으로 변경된 부분이나, 밤 8시가 넘어서 기습적으로 물류사이트에 공지문을 올린 점, 강제시행을 하려는 점도 불만이다"고 분노했다.
B가맹점주는 "아메리카노 등 커피음료의 스몰사이즈를 삭제하고 투샷에 양을 늘린다고 하여 모든 고객들이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구심이 든다"며 "이디야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의 경우도 가장 많이 찾는 음료의 크기는 여전히 스몰사이즈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C가맴점주는 "손님들이 과연 커피 사이즈를 더 크게 늘린다고 해서 이디야를 더 찾게 될지 모르겠다. 손님들이 질보다 양을 선호했다면 애초에 이디야 또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저가커피를 마셨을 것"이라며 "이디야본사에서 스몰사이즈를 삭제한다면, 스몰사이즈를 찾던 고객은 미디엄 사이즈를 시켜서 음료를 남기기 보다, 스몰사이즈가 있는 다른 커피숍을 찾아 가거나 두 명이 미디엄사이즈를 1개만 시켜서 나눠 마시는 등 오히려 매출 부문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가맹점주는 "원두재료 1kg 당 3만1425원/kg 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재료비만 가맹점주들에게 두배로 부담을 전가시키는 이런 변경(안)이 과연 '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 모습으로 세상에 비춰질 수 있을까"라며 "이런 꼼수가 보이는 변경(안)을 진정 가맹점주들을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볼수 없다. 이것은 '상생'이 아닌 '살생'의 경영이다"고 성토했다.
결국, 대부분의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재료비가 늘어난 만큼 음료가 더 많이 판매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디야본사 측에서는 "가격인상 및 컵 사이즈 변경안 모두 고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회사측의 방안이었다"며 "이번 갈등으로 가격인상안을 보류했고, 현재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국 3000여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해서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스틱커피 시장이 부진하다는 평가는 아직 초창기 시작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원두 재고에 대한 악의적인 해석도 인정할 수 없으며, 스틱커피 시장은 현재도 유통을 확대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9월 발표한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평판'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1위는 스타벅스, 2위는 메가커피, 3위는 투썸플레이스가 차지했다. 이디야커피는 4위에 올라 브랜드 평판에서도 저가 커피에 밀렸다.
이디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부채도 증가세다. 이디야 커피가 올해 4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부채는 2019년 549억원에서 2020년 697억원, 2021년 738억원으로 코로나19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