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을 엄벌할 수 있는 법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앞다투어 친환경 광고를 게재함에 따라, 그린워싱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새로 만들기로 했고, 해당 내용을 담은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됐다.
◆'그린워싱' 광고 기승...기존 제도 미비점 보완 시급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과태료 조항 신설을 당국의 강력한 규제 의지 표명으로 풀이하고 환영한다"며 "지금까지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처분은 소비자 오인을 유의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고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행정절차법 제48조). 실제로 GS칼텍스 경우 행정지도 대상이 된 탄소중립 원유 광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행정지도 외에 환경기술산업법상 시정조치(법 제16조의 12)가 있는데, 이 조치는 광고를 이미 중단한 경우에는 실효성을 갖기 어려우며, 과징금 금액이 높고 광고에 따른 이득을 감독기관이 증명하기 어려워 잘 활용되지 않았다(법 제16조의 13)"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과태료 신설은 이런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정부 당국이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이 단체는 "감독기관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그린워싱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부와 공정위는 위법적인 그린워싱 광고의 효과는 일단 배포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환경부는 SK엔무브(구, SK 루브리컨츠)의 탄소배출권에 기반한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에 당초 시정명령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27일 최종적으로 행정지도로 완화한 처분을 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SK엔무브(주)가 시정명령 후 소명 기간 동안 제품 광고와 판매를 이미 중단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는 배포 뒤 돌이킬 수 없는 광고의 특성을 간과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래에는 기업이 알고리즘 마케팅과 결합해 매우 빠른 속도로 소비자들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그린워싱 광고를 이미 배포하면 사후적인 광고 중단과 무관하게 광고의 효용과 이익을 거의 모두 누릴 수 있다"며 "광범위하게 형성된 소비자들의 오인, 나아가 기업 전체 이미지 구축 효과는 쉽게 주워 담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후솔루션은 지금까지 그린워싱에 제동을 걸고 규제기관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소송을 제기해 왔다"며 "2021년 국내 화석연료 그린워싱에 대해선 첫 사례로서 공정위와 환경부에 SK E&S의 그린워싱 광고 신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LNG를 생산할 것으로 홍보했으나 현재 탄소포집기술의 한계에 비춰, LNG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부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공정위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 환경부는 소비자 인식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지도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SK E&S는 행정지도 이후에도 6개월간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국정감사에서 환경부의 후속조치 점검 결과 요구가 있자 그 다음날 광고를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를 그린워싱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며 "당시 해당 광고는 탄소중립을 내세웠음에도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한계나 실제 감축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후 환경부는 표시·광고 위반 조사를 해 지난달 8일 행정지도를 내렸으며, 공정위는 그린워싱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 준비에 착수했다"며 "SK엔무브는 해당 광고와 제품 판매를 모두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외에는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에서 나아가, 화석연료 관련 제품에 대한 광고 일체를 제재하는 선제 조치로 나아가는 국가들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8월부터 석탄·석유 관련 제품에 대한 광고를 금지했으며, 천연가스 광고는 올해 6월부터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1년에는 그린워싱에 대해 허위 홍보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한 바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역시 화석연료 관련 광고를 공공시설에서 시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면 90만 유로(약 12억원) 이하 또는 총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이런 시대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그린워싱 방지의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그린워싱 광고 단속 의지가 있어야 그린워싱 면죄부로 전락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환경부의 규제 의지가 어느 정도로 강도 높게 표현될 것인지는 올 하반기 발표예정인 환경부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