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앤컴퍼니 한상원 대표…'무한신뢰' 와르르

2023.06.05 07:55:46

금감원, 한앤컴퍼니 임직원 4명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검찰에 사건 이첩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직전 임직원 다수 해당 주식 매입 의혹…도덕성 도마 위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상원 대표 신뢰도 ‘뚝’…한앤컴퍼니에 악영향은 불가피

[KJtimes=김봄내 기자] ‘굴뚝산업 투자의 강자’로 통하는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 한앤컴퍼니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검찰의 집중조사를 받게 된 까닭이다. 이에 따라 한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년 넘게 쌓은 공든 탑 무너질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인 한상원 대표는 모건스탠리PE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한앤컴퍼니 설립한 후 이 회사를 한국 최대 사모펀드(PEF)로 꼽히게 만든 장본인이다. 투자 회사만도 30여 곳에 이르고 펀드 운용 규모도 11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이 넘는다. 

SK해운을 비롯해 에이치라인해운, 쌍용C&E, 케이카, 웅진식품(인수 후 매각), SK마이크로웍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마이셰프, SK D&D, SK 에코프라임, 한온시스템, 코아비스, 라한호텔 등에 투자했고 현재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전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한 대표가 이처럼 한앤컴퍼니를 한국 최대 PEF 반열로 성장시킨 가장 큰 무기로 ‘신뢰’를 꼽고 있다. 여기에 ‘집중투자’와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업을 싸게 사들인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데 그치지 않고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해당 기업과 관련된 업종의 가치까지 끌어올리는 경영철학은 한앤컴퍼니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12년간 쌓아왔던 ‘무한신뢰’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린 상태다. 4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관련 임직원 여러 명이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패스트트랙을 통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혐의는 한앤컴퍼니가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직전 임직원 최소 4명이 해당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금감원이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넘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감원이 그만큼 관련 혐의를 입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미공개정보 관련 수사가 PEF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멍 난 한상원 대표의 ‘내부통제시스템’

한상원 대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수사의뢰는 그만큼 한 대표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과 IB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금감원은 중대하고 시급한 사건에 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검찰이 곧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사건을 중대하고 시급하게 판단한 것은 일반 상장기업이 아니라 PEF 임직원이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한 혐의가 나오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금감원은 한앤컴퍼니 임직원들이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발표 전에 주식을 미리 산 뒤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한앤컴퍼니는 불가리스 과장 광고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남양유업을 인수했다. 당시 여론의 뭇매로 남양유업의 주가는 주당 30만원 안팎까지 급락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5월 27일 한앤컴퍼니가 주당 82만원에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순식간에 70만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사건에 대형 PEF 임직원이 무더기로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 사태로 미공개정보 관련 수사가 PEF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한앤컴퍼니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사태가 벌어진 것은 한상원 대표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 넘어 산’에 봉착한 한앤컴퍼니

현재 한 대표의 입장에서는 첩첩산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남양유업 대주주와의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국민연금 등 자금 출자를 비롯해 추후 M&A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만큼 이번 금감원의 검찰 수사 이첩이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이다.


IB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M&A 미공개정보 업무를 다루는 PEF에서 미공개정보 이용은 불문율에 가깝고 때문에 그동안 2005년 도입된 PEF는 이후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PEF에 대한 도덕성과 신뢰성에 흠집이 생긴 것은 분명한 만큼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봄내 기자 kbn@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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