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14일, 경북 고령군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한 지 한 시간 만에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건 직후 사자를 포획하지 않고 사살했어야만 했는지와 전국적으로 야생동물을 사육·전시 중인 시설이 얼마나 되는 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이테스(CITES :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취급에 관한 국제조약) 부속서Ⅱ'에 해당하는 사자를 사설 목장에서 어떻게 키울 수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번에 사살된 사자의 경우 전시 용도로 사육 허가가 이루어졌고, 동물원법이 제정된 2017년 이전부터 사육하던 개체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자가 이번에 탈출한 사육 시설은 2015년 허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야생생물법에 의거해 CITES에 속한 동물은 개인 사육이 불가하다.
문제는 허술한 현행법으로 인해 정부 당국이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야생동물 사육 시설이 방치되고 있는 것.
◆ 동물단체 "잇따른 야생동물 탈출에 인도적 대안 모색 필요"
앞서 지난 8월11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가 마취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일어난 야생동물 사망 소식에 동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수 밖에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5일 '탈출한 뒤 사살된 사자, 잇따르는 야생동물 탈출에 인도적 대안 모색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번에 탈출한 사자를 사육한 시설이 위법 사항이 없었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실한 체계를 고스란히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또 "동물의 본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20년 넘게 동물을 길러도 지금의 법으로는 아무런 규제도 할 수 없다"면서 "어떠한 충족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죽음보다 나을 게 없었을 지난 시간은 이번 사자 탈출 사건이 어쩌다 발생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야생동물 관리의 맹점을 꼬집었다.
이어 "해당 시설은 맹수류인 사자가 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고, 그 안에는 동물이 무료함을 해소하거나 습성을 충족할 수 있는 조형물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며 "생전 모습을 찍은 영상에서는 사자가 발로 먹이통을 연신 긁는 행동을 보였고, 총에 맞아 죽은 사자의 사체는 비쩍 마른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미루어 볼 때 해당 시설이 사자를 사육하기에는 부적합했고 동물 복지 차원에서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현재 우리 법으로는 그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허술한 현행법을 비판했다.
아울러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도록 방치했으나, 정부는 몇 개의 시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사육되는지 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며 "전국에 산재한 동물전시시설 등에서 동물 탈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들을 인도적으로 포획하는 방법이나 포획한 동물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인데 탈출한 동물을 죽이고 모든 게 마무리됐다는 식의 대응책은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계속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