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한때 조선산업 불황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던 국내 조선사들이 2021년 이후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조선업 경기가 되살아 나자,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규모 조선사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젊고 숙련된 엔지니어 빼가면서 대형조선소 뿐만 아니라 중형 조선소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제출받은 ‘조선사 동종업계 이직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HD현대(회장 권오갑, 사장 정기선) 소속 조선사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대한조선의 인력 415명을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사들은 조선산업 특성상 실무 역량 습득까지 약 5년에서 10년 정도 소요되는데 유출된 인원 대부분이 경력 10년차이며, 기여도가 큰 기술 핵심 인력이 대거 포함 돼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강민국 의원실은 밝혔다.
여인력 유출 피해를 본 조선소 측은 사원 채용 안내 및 인터뷰 진행, 서류전형 면제 등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편의 제공과 함께 파격적인 처우 인상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인력 유인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조선소는 대형조선소와 달리 인력운영이 여유롭지 못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 1명이 퇴사할 경우, 대형조선소의 5∼10명 이상의 인원이 퇴사하는 수준의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 더욱이 설계 인력이나 생산의 기술인력이 퇴사할 경우는 부족한 인력난으로 인해 선박공정 자체가 지연되며, 이로 인한 지체배상금 문제 등이 발생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2022년 8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대한조선 등 조선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HD현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인력유인행위로 제소 했지만, 공정위의 사건처리는 2022년 11월 14일에서 18일간 현장조사를 나간 것 말고는 현재까지도 답보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강민국 의원실의 HD현대 대표이사의 국정감사 증인신청 시도와 자료요구 등 전방위적 압박으로 HD현대는 인력빼가기 관련 각 조선사에 화해를 시도, 이번 달 12일 한화오션를 제외한 3개 조선사들은 제소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오션은 지난 3년간 HD현대에 179명의 인력이 유출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인력충원에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 5월까지 대한조선 6명, 케이조선 8명 등 총 14명을 중소 조선사에서 인력을 빼온 실정이다.
HD현대 소속 조선 3사의 인력유출에 공정위의 별다른 제재가 없자, 또 다른 대형 조선사 역시 중소조선소로 부터 인력빼가기에 동참한 것이다.
강민국 의원은 “우리나라 조선인력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동종사에서 키운 우수인재를 무차별적으로 빼가는 행위는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들고 수출 기간산업인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켜,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조선업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조선사의 부당인력유인행위에 대해 지금까지 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조사를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언론을 통해 "당사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공개채용을 진행해 왔고, 경력직 채용 역시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며 "부당 인력 유인은 사실이 아니며, 이와 관련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회사들 중 대부분이 신고를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