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체결 경쟁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15일에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마르틴 페레스 페루 통상관광부장관이 한·페루 FTA에 가서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8번째 FTA를 체결하게 됐으며, 체결대상국도 45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한국은 무역 규모가 큰 EU와 FTA를 내년 7월에 발효할 예정이며, 미국과는 FTA재협상을 남겨놓고 있지만 조만간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은 지난 10월25일 인도와 EPA(경제 연계 협정) 체결을 정식으로 합의한 것 외에는 최근 FTA 분야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다.
EPA는 관세와 비관세의 장벽을 전면 해소하는 FTA보다는 낮은 단계의 무역자유화 협정이다.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1년여 앞선 지난해 8월 인도와 EPA를 체결했고, 올해 1월 협정이 발효된 바 있다.
이같이 FTA 체결 경쟁에서 라이벌 한국에서 밀리면서, 일본 정·관·재계 등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일각에서는 “한국은 GDP의 50%를 수출하고 있고, 일본은 13%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재계를 중심으로, 앞으로 한국에 비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화약세에다 FTA체결로 인한 관세 철폐로 자동차·전자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보다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압도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로 인해 초조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환태평양전략적 경제동반자협정(TPP)’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TPP는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시작한 일종의 다자간 FTA로 현재는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9개국이 참여해 내년까지 협정을 타혈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전격적으로 TPP 참여를 결정, 한국에 빼앗긴 FTA의 주도권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내놓은 일본 정부의 ‘TPP 카드’도 일본 내 갈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일본 내 TPP체결 반대 측에서는 일본 ‘농업’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농업 뿐 아니라 건설·유통업 등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래저래 일본의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TPP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TPP 참여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TPP 참여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내에서도 ‘농업’분야의 타격을 입어가면서 TPP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높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TPP는 농업 개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