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호주 바로사 가스전' 딜레마…잇단 대주단 이탈에 금융승인 연장 여부 주목

2024.06.04 00:32:00

무역보험공사 이어 BNP 파리바 대주단 이탈 …금융승인 기간 만료 앞둔 수은의 재승인 여부 관심 쏠려
기후솔루션 오동재 "늘어나는 금융 불확실성 불구 승인 연장하는 것은 공적금융 책임 방기" 비판


[KJtimes=정소영 기자] 국내 에너지 기업 SK E&S가 호주 북부 해상에서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서 대주단 이탈이 잇따르면서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한 만료를 앞둔 수출입은행이 재연장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최초 금융지원 승인은 2년 전 사업이 일련의 논란에 휩싸이기 전에 강행됐으며, 여러 리스크로 사업 불확실성이 늘어난 현 상황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오래된 지원 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대주단 중 금융자문사 역할을 해왔던 프랑스 은행 BNP 파리바가 대주단에서 이탈한 사실이 확인됐다.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글로벌 기후단체들이 BNP 파리바에 공식 문의해 받은 답변에서 BNP 파리바는 “더 이상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금융에 포함돼있지 않으며, 금융자문사로서의 의무가 만료됐다”고 답했다.

BNP 파리바는 무역보험공사에 이어 2번째로 대주단에서 이탈한 금융사로 기록됐다. 지난 1월 말, 무역보험공사는 4400억원(약 3300만 달러) 규모 금융 지원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으며 대주단에서 이탈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의 대주단에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및 무보의 금융 보험을 받는 5개 상업 금융기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약 1조 3730억 원(약 10억 1000만 달러) 지원을 결의하고 들어와 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대주단 중에서 BNP 파리바가 담당했던 금융자문사의 역할은 실질적으로 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보증을 제공할 은행들을 모으고 금융 조건을 사업주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일로, 이는 금융 계약에서 핵심적인 역할인 것으로 여겨진다.

BNP 파리바의 대주단 이탈 소식으로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기한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은 2022년 5월 처음 금융지원을 승인한 이후, 6개월마다 사업 금융지원 기한을 연장해왔다. 

기후솔루션은 “수출입은행은 그간 사업의 인허가 리스크와 현지 규제 리스크 등에 따라 사업 비용이 상승하리라는 우려에도 꾸준히 기한을 연장해왔다”고 전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석유가스팀장은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인허가 소송 패소로 이미 15개월이 지연됐고, 호주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인 세이프가드메커니즘 도입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바로사 가스전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고, 기존 승인을 유지하는 것은 공적금융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주인 산토스측은 사업 연기 이후, 생산 목표 일정은 2025년 1분기에서 3분기로 늦추고, 사업 비용도 최대 4100억 원(약 3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원 안보 관점에서도 한국의 액화가스(LNG) 수요에 대한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후솔루션은 “현재 SK E&S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를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초 금융지원 검토 당시, 수출입은행은 바로사 가스전 투자 결정과는 상반되게 한국의 가스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검토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중부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소 혼소해 발전하겠다는 계획으로 노후 가스발전인 보령 1~3호기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 중인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동재 팀장은 “매년 전세계가 공적금융의 지원을 받아가며 재생에너지 시장 확보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사업 추진은 국내 에너지 전환을 늦출 뿐만 아니라, 국내 미래 먹거리 산업인 재생에너지·배터리 산업의 수출 시장을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바뀐 사업 환경을 검토하기 위해서, 오래된 기준으로 결정된 금융지원은 연장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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