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정소영 기자]
[KJtimes=김지아 기자] 삼표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떠오른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삼표그룹 본사와 그룹 계열사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시 삼표그룹은 '압수수색을 한건 맞지만 정확하게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란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부당지원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스피네이처, 삼표그룹의 모회사 될까
이번 검찰 수사의 중심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있다. 그리고 정 회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정대현 부회장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가족회사인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부당이익 75억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삼표그룹 회사 자금이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으로 사용됐는지도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4년 8월,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등 부당지원을 했다며 이런 일련의 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정도원 회장의 경영승계 전략에 제동이 걸리며 장남 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에스피네이처의 지분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정대현 부회장, 차녀 정지윤씨 등 오너 일가가 90.38%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정위는 삼표그룹이 에스피네이처에 부당한 일감을 몰아줬고 이를 통해 정도원 회장의 아들인 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기반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으로 고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삼표산업과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검찰은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를 둘러싼 횡령·배임 의혹을 계속 수사하는 한편 홍 전 대표의 잔여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사정당국은 지난 2022년 현대제철이 보유 중이던 서울 성수동 일대 토지를 삼표산업이 매입한 과정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삼표산업이 매입한 토지는 지난 2006년 현대제철이 GBC 건립 목적으로 매입한 곳이다. 그런데 이 토지를 2022년 삼표산업에 3823억원에 매각했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문제가 없는 거래다. 하지만 사정당국에서는 당시 토지 가격을 지나치게 저평가해 헐값에 넘겼고 이로 인해 삼표산업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토지 가격이다. 삼표산업과 현대제철이 거래했던 2022년 당시 평당 가격은 4300만원이다. 이후 2024년 성수동 지역 땅값은 평당 2억원대로 올랐다. 2년 민에 약 5배의 시세가 오른 셈이다.
사정당국에서 보는 관점은 서울시에서 해당 부지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이를 반영하지 않고 토지 가격을 측정해 매각했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정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삼표그룹과 현대제철의 모그룹인 현대차그룹 간 혼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 씨와 결혼해 인척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