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이 백화점 입점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 입점한 드링크스토어(카페)에서 판매한 일부 다류(침출차, 액상차, 고형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백화점을 믿고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운영하는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백화점이라고 해도 이제는 쉽게 믿으면 안된다'는 게시글들이 쏟아졌고, 뒤늦게 환불 등의 절차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불쾌한 평가'들도 게시됐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2월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는 대만에서 우롱차, 홍차 등 다류를 수입신고하지 않고 불법 반입한 뒤 조리・판매한 드링크스토어 대표 A씨를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드링크스토어는 현대백화점 입점 업체고 현대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고객이라면 한번쯤 이곳에서 음료를 구매했을 만큼 인기가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11일 식약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측은 수일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백화점은 (고객들의 표현을 빌자면) 처음엔 쉬쉬하다가 3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4일 뒤늦게 백화점 홈페에지 공지란에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사과문이 게재된 것.
◆ 현대백화점 "선제적 고객보호 조치"...식약처 발표 후 3일 동안 '쉬쉬'
특히 정지영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당사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 입점된 드링크스토어에서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불법 수입된 차(茶)류가 조리 · 판매됐고, 우롱차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됐다"고 밝히고, "현재 식약처는 불법 수입 · 판매 혐의로 드링크스토어를 검찰에 송치한 상태며, 향후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를 거쳐 사실 관계가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건의 경과를 전했다.

이어 "하지만 고객분들의 불안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의 관련 보도자료 발표 이후 드링크스토어의 영업을 즉시 중단했다. 또한 선제적인 고객보호를 위해 해당 기간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 입점된 드링크스토어 제품을 구매한 고객분들을 대상으로 환불은 물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끝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입점 브랜드에 대한 관리를 개선하는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거듭 사과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해당 사과문을 통해 '선제적인 고객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백화점측은 11일 해당 사건에 대한 식약처 발표 이후 언론 보도가 이어졌음에도 이후 3일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객들은 분노를 삭히지 못했다.

일부 맘카페 커뮤티니에서 B씨는 "백화점이 전통시장보다 다른점은 '뛰어난 서비스'와 '믿을수 있는 위생, 안전'인데 현대백화점은 식약처 발표가 있고 난 뒤에도 3일 동안이나 사과문 올릴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 불쾌하다"면서 "백화점의 선제적인 고객보호는 말뿐인듯 하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그 사이 11일 식약처 발표와 언론 보도에서 백화점의 상호명과 입점업체명이 익명 처리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측이 진정으로 고객보호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식약처 발표 당일(11일) 선제적으로 사과문을 게재하고 환불 등의 조치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드링크스토어, 식약처 등 관계기관 단속 피하려고 정상수입된 식품처럼 허위 표시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8월 수입신고하지 않은 대만산 차를 백화점에서 조리・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위반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드링크스토어 대표는 2024년 3월부터 4월까지 약 2개월간 대만에서 티백 형태의 우롱차, 홍차 등을 식약처에 수입신고 없이 국제우편(EMS) 등으로 불법 반입한 뒤, 같은 해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자신이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의 카페 2곳(무역센터점·중동점)에서 위반 제품을 사용해 차, 음료류 총 1만 5890잔, 약 8000만원 상당을 조리·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링크스토어 대표는 식약처 등 관계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위반 제품이 정상수입된 식품처럼 보이도록 한글표시사항을 허위로 만들어 제품에 부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식약처가 현장조사 시 수거한 우롱차에서 농약 성분인 '디노테퓨란'(살충제의 일종으로 급성중독 시 구토, 설사, 복통, 어지럼증 등 유발)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식약처는 현장조사와 압수수색 시 적발된 위반 제품이 더 이상 유통・판매되지 않도록 전량 폐기 조치했으며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관할 기관에 행정처분 등 조치하도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