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자동차 부품업체를 둘러싼 하도급 거래 관행에 공정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금형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계약서 발급 지연과 핵심 조건 누락이 대규모로 확인되면서 '관행'으로 묵인돼 온 거래 방식에 대한 전면 점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성우하이텍의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다수 협력업체에 금형 제작을 맡기면서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을 누락하거나, 작업이 시작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야 서면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퍼진 관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실제로 금형 산업은 주문 제작 특성과 납기 압박 등으로 인해 계약 조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원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약서에 대금 조정 기준과 절차 등을 명시하지 않는 행위는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공정위 "유사 사례 재발을 차단하겠다" 강조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산업 구조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금형업계에서는 구두 계약이나 사후 정산 방식이 반복되며 중소 협력업체의 부담이 누적돼 왔기 때문.
한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는 "서면 계약은 하도급 거래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며 "이번 조치는 원청 중심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바로잡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형 제작은 초기 설계 변경과 추가 비용 발생이 빈번한 산업 특성을 갖고 있어, 계약 내용을 사전에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금형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발주 이후 설계가 계속 바뀌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 작성이 늦어지는 일이 발생한다"며 "일률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업종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쟁 속에서 공정위는 표준하도급계약서 보급 확대를 통해 제도 정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표준계약서에는 선급금과 중도금 지급 기준이 명시돼 있어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제재는 금형산업을 포함한 이른바 '뿌리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주요 제조업의 기반을 이루는 분야인 만큼, 하도급 거래 구조 개선이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 방향이 '단속'에서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산업정책 연구자는 "하도급 문제는 단순히 위반 여부를 넘어 거래 구조 전반과 연결돼 있다"며 "표준계약 확산과 분쟁 조정 시스템 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