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하고 배당받고…" MBK사모펀드에 휘청이는 기업들

2025.05.07 00:49:20

MBK파트너스 검은 영향력 어디까지 "자영업자 울리는 MBK파트너스"
bhc를 비롯해 롯데카드까지

홈플러스 신용강등 알고 '먹튀 채권 발행?' 검찰 MBK 정조준

[KJtimes=김지아 기자] 지난 4월말 검찰이 금융위원회의 패스트트랙(긴급조치) 통보로 사건을 넘겨 받은지 1주일만에 '홈플러스사태'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100%대주주인 MBK를 정조준한 게 심상찮다. 


MBK는 운용자산(AUM)이 310억 달러(약45조원)에 이르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운용사다. 서울중앙지검반부패수사3부(부장이승학)는 지난 4월 28일 홈플러스본사와 홈플러스대주주인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본사 및 김병주MBK회장,김광일 MBK부회장의 주거지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에 동원된 검사·수사관 인력만 30여명. 이날 검찰은 압수한 기록과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MBK·홈플러스경영진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다.
 
가장 우선은 기업회생을 숨긴 채 채권을 발행했냐는 점이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대주주 MBK의 의사결정에 따라 대규모 채권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직전 손실을 최소화하는 엑시트(투자금회수) 전략차원에서 채권을 발행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지난 4월 24일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주장하지만, 사전에 하락을 인지한 점과 상당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MBK 등에 사기죄를 적용한 것은 신용등급 하락과 채권발행, 기업회생 신청 등 일련의 과정 자체가 '손실떠넘기기' 목적에서 이뤄진 범죄행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형법상사기죄는▶기망행위▶재산상손해▶고의성 등이 입증돼야 하는데, 홈플러스 사태에서 MBK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알고 채권을 발행했다면 투자자들을 기망해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과거 2011년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를 발행한 LIG건설과 2013년 부도위험을 숨긴채 회사채를 발행한 동양그룹에 대해 검찰이 사기죄를 적용해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전례를 거론했다. 당시 법원은 2016년 7월 "CP 상환능력이 상실됐다거나 회생계획 신청을 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등 기본적으로 기망행위가 인정된다"며 고(故)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했었다. 대법원은 2015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사기죄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MBK파트너스 '희생양' 기업… '홈플러스' 치킨 프랜차이즈 bhc
 
MBK파트너스가 기업 사냥꾼이란 비난을 받는 이유에는 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이 모두 '자영업자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홈플러스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hc(다이닝브랜즈그룹)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bhc에 1482억원과 5700억원 (총 7182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발판으로 bhc 최대주주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의 지분 45%가량을 확보한 MBK파트너스는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을 지향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MBK는 2021년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도 인수했다. 2022년 미국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를 론칭했고, 2024년 '다이닝브랜즈그룹(기존 비에이치씨그룹)'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모펀드를 두고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하는 사모펀드 경영 방식의 전형" 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처럼 bhc도? 

지난 2021년 2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아웃백의 지분 100%를 인수한 bhc는 아웃렛·백화점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대했다. 2021년 78개였던 점포는 현재 98개로 늘었다. 올해도 계속 출점을 앞두고 있다. 아웃백의 매출액도 2021년 3927억원에서 2023년 4576억원으로 1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3.2%(484억원→790억원) 늘었다. 


MBK는 bhc에서도 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웃백 인수 후 bhc는 단숨에 1조원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bhc 최대주주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매출액은 아웃백 인수 전인 2020년 4776억원(당시 글로벌레스토랑그룹)에서 2023년 1조806억원으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아웃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프리미엄 육류 외식 수요를 끌어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아웃백이 앞으로도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데, 브랜드 개발 등 재투자는 하지 않고 아웃백은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에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실제로 아웃백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1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863억원)의 59.5%에 달하는 금액. 막대한 배당금이 bhc를 거쳐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로 흘러갔다. 


여기에 bhc가 아웃백을 인수하면서 아웃백 지분을 담보로 1500억원을 차입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이자율 4.5%로 대출이자만 총 337억원에 달하는 데다, 5년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내년이면 만기가 도래한다. 

이에 대해 bhc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배당금은 아웃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린 자금(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웃백은 어쨌거나 성과를 냈다. 하지만 bhc가 2022년 서울 강남에 론칭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는 치열한 버거 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했다. 슈퍼두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로 1만원대 프리미엄 버거를 표방, 홍대·코엑스 등 점포를 3개로 늘렸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실패했다. bhc는 지난 2월 슈퍼두퍼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이를 두고 회사측은 "경영을 효율화하고 bhc·아웃백 등 잘하고 있는 기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bhc의 본업인 치킨 사업의 성과는? 외형적으로 bhc는 2023년 535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수치는 역대 최고였다. 영업이익도 4년 연속 1000억원대(2020년 1299억원·2021년 1537억원·2022년 1418억원·2023년 1203억원)를 기록했다. 가맹점 역시 2021년 1770개에서 2023년 2291개로 29.4% 늘어났다. 

하지만 bhc가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지에서는 의문이 많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2023년 bhc는 일부 치킨 메뉴의 원재료를 국내산 닭에서 브라질산 닭으로 바꿨다. 그러면서도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 bhc는 그해 12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85개 메뉴 가격을 500~ 3000원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뿌링클 가격은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3000원 올랐다. 당시 bhc 측은 "닭고기 수급난으로 브라질산 닭가을 일시적으로 사용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이런 비난은 가맹점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상황이 악화됐다. 본사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동안 가맹점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2021년 6억3253만원에서 2023년 5억4672억원으로 13.5%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년간 bhc 본사는 이익잉여금 전액을 배당에 썼다. MBK파트너스가 두번째 투자를 단행한 2020년 이후 4년간 배당한 금액을 보면 무려 4083억원(2020년 406억원·2021년 750억원·2022년 1568억원·2023년 1359억원)에 달한다. 

bhc 측은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 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메뉴를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bhc가 R&D 투자에 적극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bhc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0.05%(2023년 기준·6억1743만원)로 경쟁사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의 4분의 1 수준(2024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MBK파트너스가 거머쥔 후 bhc의 방향성은 흔들리고 있다. 아웃백처럼 성과를 낸 브랜드도 있지만, ‘차입’이란 변수가 걸려 있다. 사실상 핵심 브랜드인 bhc는 배당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에 휩싸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외식시장이 가장 먼저 얼어붙고 있다"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외식 브랜드조차 M&A가 성사되는 경우가 드문 만큼 MBK파트너스의 엑시트도 당분간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MBK파트너스는 어떤 회사인가 

현재까지 MBK파트너스가 소유중인 회사는 딜라이브, 홈플러스, 네파, 고디바,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오스템임플란트, 지오영, 메디트, (주)커넥트웨이브 등이다.  

자세히는 MBK가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은 20여 곳이고 업종도 10여 가지다. 공시에 따르면, 딜라이브, 네파, 홈플러스가 모두 업종이 다르다.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롯데카드(금융), 다이닝브랜즈그룹(외식 프랜차이즈), 엠에이치앤코(홈리빙) 등도 MBK가 투자한 기업이다. 2022년에는 메가존 클라우드(소프트웨어), 2023년 메디트(의료 기기)에도 투자하고, 2024년 9월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뛰어들고 2025년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를 위한 협상에 착수하는 등 제련·이차전지·바이오 업종 진출도 노리는 중이다.

지금까지 MBK파트너스가 인수했거나 손을 댔다가 되판 회사로는 한미캐피탈, 차이나 네트워크 시스템즈,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현재 신한라이프), 테크팩솔루션, 코메다, 영화엔지니어링,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KT렌탈(구 금호렌터카, 현 롯데렌탈)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MBK가 지나치게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다 보니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어 "김광일 부회장이 MBK 인수 기업 9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는 점과 여기에 고려아연의 기타비상임상무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된다면 국내외 20개 기업의 등기임원이 되는 진기록을 달성한다는 점도 논란에서 무관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참고로 김광일 부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은 회사로는 △홈플러스 대표이사 △딜라이브 기타비상무이사 △딜라이브 강남케이블TV 기타비상무이사 △네파 기타비상무이사 △엠에이치앤코 기타비상무이사 △롯데카드 기타비상무이사 △오스템임플란트 기타비상무이사 △오스템파마 기타비상무이사 △메디트 기타비상무이사 등이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크게 두 조직으로 구분된다는 알려져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경영권 인수 분야인 바이아웃(LBO) 부문은 김광일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구조조정과 신사업 투자 등 특수목적 분야인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부재훈 부회장이 맡고 있으며, 이를 아우르는 총괄은 김병주가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MBK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단 이사장은 김병주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의 영문명인 'Michael Byung-ju Kim'에서 이니셜인 MBK를 본떠왔다.  






김지아 기자 k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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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 2010년 6월 21일] / kjtimes(케이제이타임즈) / Tel) 02-722-6616 / 주소 : 서울시 금천구 서부샛길 606 (구 가산동 543-1) 대성디폴리스 A동 2804호/ 등록번호 :아01339 / 등록일 : 2010년 9월 3일 / 발행•편집인 : 신건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건용 KJtimes의 콘텐츠(기사)는 지적재산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복사, 전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c) KJtime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