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5% 이상의 골드를 거래시는 금 전용 지금통장을 이용해야 국세청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보면 이 같은 문구를 담은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평소 길거리를 다니다가 금은방이나 시계방 등에 ′지금을 고가에 산다′는 안내문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문구를 담은 광고를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 ″지금을 이용한 탈세 행위 만연″
얼마 전 기자는 금은방을 운영하는 대표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서 금에 대한 내용이 화두에 올랐고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99.5% 이상의 골드를 거래시는 금 전용 지금통장을 이용해야 국세청에 위배되지 않습니다′는 광고 문구에는 범법적 요소(?)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특히 금값이 폭등하면서 이러한 광고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지금을 이용한 탈세 행위도 더욱 만연하고 있다는 게 대표들의 전언이었다.
사실 치과 재료상의 경우 ′순도 99.9%의 지금을 판매한다′는 광고는 한국금거래소에서 순금을 매입해 치과용 지금으로 가공하지도 않고 바로 매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99.5% 이상의 골드를 거래시는 금 전용 지금통장을 이용해야 국세청에 위배되지 않습니다′는 광고는 치과 치료용으로는 부적합 것으로 볼 수 있다. 치과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강도가 있어야 하는데 순도가 높을수록 치료용으로는 부적합해서다.
때문에 이러한 광고가 정말 치료용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자금 조성용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실체는 모를 일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지금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수출용 금지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악용해 범죄단체별로 최고 수천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겼던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과 파장은 상상을 초월했다.
범죄단체들이 범죄에 이용하였던 금지금은 금괴(덩어리),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로 있는 순도 99.5% 이상인 금을 말하는데 이들 일당은 신용불량자나 노숙자를 ′폭탄사업자′로 중간에 끼워 넣어 3일에서 4일 안에 거래를 끝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수사가 시작되면서 이에 연루됐던 수많은 사람이 ′공동정범′으로 법의 단죄를 받았다. 뿐만 아니었다. 이미 환급이 되어 버린 수조원대의 부가가치세는 회수할 수가 없었다. 결국 국고에 큰 상처를 남긴 결과를 가져왔고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씻을 수 없는 범죄자 낙인의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당시 과세당국은 뒷북을 쳤다. 금지금 사건으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동일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금지금을 거래할 때 순도 99.5% 이상의 금지금은 ′금지금 전용계좌′ 사용 의무로 법을 개정했다.
◆ ″세금은 줄이고, 비자금도 만들고″
과세당국의 이 같은 조치로 한동안 금을 이용한 탈세 행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금 가격이 오르면서 또 다시 금을 이용한 탈세가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최근 과세당국의 느슨해진 단속을 피해 금을 이용한 탈법 행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치과의사들과 치과재료를 판매하는 사람들 간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치과 치료 후 남는 이빨이나 금 등 ′지금′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금 합금′이다. 이들 금 합금은 크라운이나 브리지 같은 보철물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금 합금은 순금보다 강도가 높아 내구성이 뛰어난 반면 그만큼 금 함량은 낮다는 맹점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여러 메탈이 혼합되어 제작된다는 이유에서다.
치과의사들은 치료에 사용할 ′지금′을 ′치과 재료상′들로부터 매입해 치기공사를 이용, 지금을 환자에 맞게 변형시켜 사용한다. 그리고 치료 후 환자들에게 지금을 돌려주거나 싼값에 매입한다. 일부는 치과에서 재료 도매상들을 통해 고가에 매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치과의사들이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탈세 행위에 손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지금′을 매입해 비용으로 처리를 한 다음 ′지금′은 다시 폐금업자들에게 현금으로 매각해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
세무상으로는 비용을 늘려서 납부할 세금을 줄이고 지금은 현금으로 매각해서 비자금을 만드는 탈법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치과의사들이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공범이 있어서다. 이들에게 지금을 공급해 주고 폐금을 수거해서 매각해 주는 재료상이 그들이다. 이들 재료상은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고 치과의사들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로 경쟁이 심하다 보니 영업을 하기 위해 치과의사들의 탈세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지금을 폐금업자에게 매각할 시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합금의 순도를 더 높여서 매각하는 추세다.
치과의사들과 치과재료를 판매하는 사람들 간에 이처럼 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음에도 과세당국은 현재도 뒷짐을 지고서 쳐다 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에도 국고의 손실이 발생하고 나서야 뒷북을 치려나 보다.
<KJtimes>에서는 치과의사들과 치과재료를 판매하는 사람들 간에 이뤄지는 탈법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