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매년 수십만 개 섭취 건강 '빨간불'…"정부, 정의·허용기준도 없어"

2025.05.22 19:12:28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미세플라스틱 정의·기준 마련 촉구… 과학 기반 정책 시급


[KJtimes=정소영 기자] 국내외에서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및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조속히 미세플라스틱의 개념을 과학적으로 정립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허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성명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유해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며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의와 함께, 관련 연구의 체계화를 추진하고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허용 기준을 시급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간 4억 톤 생산되는 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진행형’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에서 2022년에는 4억톤에 이르렀으며, 현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8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재활용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2년 기준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전체의 9.5%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됐다. 이로 인해 폐기된 플라스틱은 자연 환경에서 서서히 분해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형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 마찰, 자외선 노출, 풍화 등의 과정을 거쳐 생성되며, 한 번 환경에 배출되면 수백 년간 잔류할 수 있다. 특히 바다, 토양, 대기, 수산물, 식수 등에서 검출되며 인류와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념조차 제각각… 정의 부재로 인한 정책 공백 심각

현재 국제사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정의는 일관되지 않다. 유럽연합(EU)은 ‘5mm 이하의 고형 플라스틱 입자’를 미세플라스틱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물에 녹지 않는 고체 플라스틱 입자’로 명시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미세플라스틱을 “모든 차원에서 1nm~5mm인 고형 폴리머로서, 특정 함량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통일된 정의는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조사나 규제 체계도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념의 부재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규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분석 단위도 부피, 면적, 중량 등으로 제각각이어서 데이터 간 비교나 장기적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 관련 연구는 그 역사가 불과 20년에 불과해, 표준화된 실험 방법이나 측정 지침조차 부재한 상태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노출 경로는 섭취, 흡입, 피부 접촉 등 다양하다. 특히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연구팀은 “인간은 연평균 최대 12만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2024년 3월, 이탈리아 루이지 반비텔리대 연구진은 동맥 내 미세플라스틱 축적이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조기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앞서 2023년에는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진이 “임신부의 태반 전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뿐 아니라, 2024년 미국의사협회(AMA)와 인터뷰한 필립 쿠리아코스 종양내과 전문의는 “미세플라스틱은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생식기능 저하, 암 발생 위험까지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적 독성물질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 "규제 강화"… 한국은 여전히 ‘논의 중’

국제사회는 일부 품목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23년 9월, REACH 규정에 따라 ‘의도적으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을 제한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중국 역시 2020년부터 세안용 화장품 내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으며, 미국, 캐나다, 대만, 이탈리아 등도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법률 제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4년 9월, 국회에서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미세플라스틱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관련 개념 정의, 관리책임 부과 등을 담고 있지만, 과거 21대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심사에 진전이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2025년 먹는샘물 품질안전 인증제도 도입과 함께 미세플라스틱 조사방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허용 기준이나 규제 방안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의가 없으면 규제도, 연구도 없다”며 개념 정립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의 노출 저감, 유해성 평가, 제품별 기준 마련 등도 체계적인 조사와 통일된 데이터 확보 없이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과학적 유해성 평가를 기반으로 소비자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부터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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