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16일, 주말 오후의 남산타워는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K팝 그룹과 퇴마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영화 속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 앞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내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남녀노소가 한데 섞여 들뜬 표정이었다.
한국 관련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본 장면을 직접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통화를 연결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남산타워 명물인 ‘사랑의 자물쇠’ 존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젊은 연인은 마치 K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했다. 현장에서 ‘케데헌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 K콘텐츠, 글로벌 문화 산업 판도 바꿔
예전에는 단순히 ‘서울의 랜드마크’로 인식됐던 남산타워가 케데헌의 흥행과 함께 이제는 K콘텐츠와 결합해 ‘스토리텔링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다.
K-컬처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과 관광, 소비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K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국가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반도체로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차지했던 것처럼, K-컬처 역시 글로벌 문화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에 이르는 융합 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찾는 관광 수요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K콘텐츠는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관광·소비·브랜드 산업을 동시에 견인하는 복합 성장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남산타워에서 확인한 ‘케데헌 현상’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화가 경제와 맞물려 국가 신화를 새로 쓰는 순간, 한국은 ‘반도체의 나라’를 넘어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