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의 한국 법인인 한국필립모리스가 '말보로' 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의 사례가 잇따르자, 2년 전 취임한 윤희경 대표의 경영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 나는 회사인데 사람만 줄여"…말보로 부문 인력 감축 가속
유통 업계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말보로' 영업부문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해 임원급부터 실무직까지 퇴사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연초(궐련 담배) 부문 인력 축소가 속도를 내면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필립모리스 글로벌 브랜드(Philip Morris Global Brands Inc.)'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말보로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최근 궐련 담배 판매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회사 내부 한 관계자는 "말보로 담당자들을 임원부터 젊은 직원들까지 내보내고 있다. 벌써 수개월째 해고가 이어지고 있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퇴사자들은 3~6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감사보고서를 보더라도 영업이익이 나는 회사인데도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며 "성과 기준이 불명확해 내부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윤희경 대표 취임 이후 조직 개편 가속…KT&G와의 경쟁이 이유
윤희경 대표는 2023년 5월 1일자로 호주필립모리스 대표에서 한국 대표로 선임됐다. 이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로 선도하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1위를 KT&G의 '릴' 시리즈에 내준 직후였다. 윤 대표가 '1위 탈환'을 목표로 빠른 성과를 요구받는 상황이다.
업계는 현재 KT&G와 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이 각각 약 50%, 40% 수준으로, 연말까지 추격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와 배당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지난해 지급한 해고급여는 11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해고급여는 구조조정이 확정된 시점에서 비용으로 인식된다.
같은 기간, 필립모리스 글로벌 브랜드·CTPM 인터내셔널·필립모리스 프로덕트 등 해외 계열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793억6400만원으로, 전년(731억7700만원) 대비 8.5% 늘었다. 참고로 당기순이익 809억원 중 절반이 넘는 444억25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 금액은 전액 스위스 소재 필립모리스 법인으로 송금됐다.
◆담배 판매량 감소세도 '구조조정 확산'에 악영향 "예고된 해고"
정부(기획재정부)가 조사 발표한 '최근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36억1000만 갑으로 전년(36억3000만 갑) 대비 0.6% 감소했다.
이에 비해 전자담배 판매량은 1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 궐련 판매량은 약 3% 줄었다.
업계에서는 "연초 수요 감소로 외국계 담배사의 인력 재배치 대신 감원 중심 구조조정이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여론과 관측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는 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퇴사한 인원은 있으나 개인 사유에 따른 것이며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해명, "배당금 지급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며, 2016년 이후 첫 배당"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 연초 부문 구조조정 속 전자담배 영업직은 채용중
한편, 한국필립모리스는 연초(궐련) 담배 부문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전자담배 시장 확대를 위한 영업직 채용 공고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부문 감축과 동시에 전자담배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필립모리스는 공식 채용 사이트를 통해 관련 직무 공고를 진행 중이다.
본지는 직접적인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꾸준히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