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나이스홀딩스 계열사인 줄 알았다"…신뢰 도용한 텔레그램 금투자방 '정교한 사기판' 경악

2025.10.24 13:46:41

"금융 대기업이니까 안심" "본사에서 인터뷰도 했다" 나이스인베스팅 명의 악용에 피해 확산 우려
텔레그램방에서 만나 '친밀감 형성' 수익 인증으로 '안심'…원금보전 계약서로 유인까지 '치밀한 사기'
나이스홀딩스 측 "전혀 몰랐다" "팝업창으로 임시 예방" 법적 조치 예고 "피해 예방에 최선 다할 것"


[KJtimes=김지아 기자] 텔레그램을 통해 확산 중인 '금 투자 컨설팅방'이 금융 대기업 나이스그룹 계열사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금융 인프라와 데이터 분석의 대표 신용 정보 기업인 '나이스그룹(조대민 대표이사)'과 그 지주회사인 '나이스홀딩스(조대민 대표이사)' 신설법인 '나이스인베스팅(주)(고영진 대표이사)'이 '신용'에서 가장 취약한 '금융사기'에 악용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들에겐 낯설지 않은 'NICE'라는 브랜드가 투자를 망설이는 이들의 '신뢰'를 도왔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직접 해당 방에 잠입해본 결과, 회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정교한 연출과 조직적인 금전 유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텔레그램방의 시작은 갑작스러웠다. '탈퇴한 회원이 초대했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기자의 계정이 무작위로 초대됐다. 방에는 약 44명이 모여 있었고, 방 이름은 수차례 바뀌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숫자로 표시되다가, 마지막에는 '박00 금융전문가 네트워크 O기'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후 '매니저'라 불리는 인물이 등장해 "최근 금시장 흐름이 좋다"며 관련 기사와 자료를 안내해주고, 무료 투자 컨설팅 체험 링크를 올렸다. 이어서 몇몇 회원이 "무료 체험으로 20만~30만원을 벌었다"며 통장 캡처 이미지를 공유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신뢰를 쌓아갔다. 며칠 뒤 그들은 "3500만원 투자로 1억원 가까이 벌었다"고 자랑하며 다시 인증 이미지를 올렸다.

방 분위기는 급속도로 들떴다. "나도 해봐야겠다" "컨설팅 예약 완료" 같은 반응이 이어졌고, 이후 "저는 대출까지 받아서 7000만원으로 2억 가까이 수익을 냈다" "1억원으로 6억원 수익을 냈다. 꿈만 같다"면서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는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내며, 초기 조금만 투자한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이 나오기도 하며 새롭게 투자 하려는 사람에게 '후회없이 있는 돈을 다 투자해라'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 금융전문가라는 트레이더는 "원금 보존 계약서를 작성해드린다"며 안심시켰다. 계약서에는 '나이스인베스팅(주)'라는 회사명과 사업자등록번호, 인감도장이 찍혀 있었다. 확인결과 사업자 번호 모두 나이스그룹의 나이스인베스팅(주)의 사업자등록증에 나온 것과 동일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컨설팅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가상 금거래소'에 자금을 입금해야 했다. 컨설팅 트레이너는 "안전하게 거래하려면 빗썸 계정을 개설하라"며 이더리움을 구매하도록 유도했고, 이후 특정 전자지갑 주소로 자산을 송금하게 했다. 송금 후엔 "투자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영된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투자를 직접 할수도 있고 맡길수도 있다고도 했다. 금액에 따라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 소요후 투자금의 3배에서 6배가 되는 거액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기자는 여기까지 진행한뒤 더이상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가상 사이트로 전자지갑을 통해 돈이 입금되고 나면 '사이트가 폐쇄되거나 열리지 않거나 오류가 생길 것' 이라고 조언했다. 

기자는 실제로 텔레그램방에서 '1억원 투자로 6억원을 벌었다'는 사람과도 연락을 취했다.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그는 "회사(나이스 인베스팅)에서 고수익 투자자 인터뷰를 제안해 본사로 초대받았다"며 영상 촬영 사실을 전했다. 인터뷰 영상도 텔레그램 방에서 공유했다. 인터뷰 영상에는 상단 우측에 '나이스인베스팅' 로고가 선명히 표시돼 있었다.

그는 기자의 의심에 "대표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며 "괜히 의심하지 말고 믿고 투자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사람이 여러 폰으로 조작한 대화일 가능성이 크다"며 "공유된 통장과 수익 인증은 합성 이미지일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텔레그램방은 표면적으로 일상 대화가 오가는 '투자 커뮤니티'처럼 보인다. 10여 명은 생활고를 토로하며 "작게는 1000만원, 많게는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고 털어놨다. 일부는 "단기간에 목돈을 벌었다" "인생 최대의 꿈이 이루어졌다" "유럽으로 장기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며 웃음 이모티콘을 남겼다. 

그러나 이 모든 대화가 '한 사람의 연출'일 수 있다는 경찰의 말에 기자는 섬뜩함을 느꼈다. 

◆나이스그룹 "금융 신용회사 브랜드 악용한 최악의 사기, 그룹도 피해자" 법적 대응 예고 

한편 이같이 '금융신용정보'로 정통한 회사라는 타이틀로 텔레그램방에서 금융사기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었지만 나이스홀딩스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측은 "전혀 몰랐으며, 회사 브랜드가 악용되고 있었다면 바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나이스그룹은 취재 확인 과정에서 더 큰 피해 예방을 위해 나이스인베스팅 홈페이지와 나이스그룹 대표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우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나이스그룹 지주회사인 나이스홀딩스의 홍보팀은 "나이스인베스팅은 실제 존재하는 회사지만, 금 투자나 개인 대상 컨설팅 사업은 일절 하지 않는다"며 "법적 검토를 거쳐 명의 도용자에 대해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6년 설립된 나이스그룹은 신용평가, 전자결제, 데이터 분석 등 금융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적인 금융서비스 기업집단이다. '나이스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NICE평가정보·NICE신용평가·NICE정보통신 등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나이스홀딩스'는 그룹의 핵심 지주회사로, 자회사 지분관리 및 경영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본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으며, 2024년 기준 연결매출은 약 3조원 규모다.

'신종 금투자 사기에 회사 이름이 도용된 '나이스인베스팅㈜'은 나이스홀딩스 계열사이며, NICE평가정보가 100% 출자해 2025년 3월 공식 설립한 신생 회사다. 공식 사업목적은 '자본시장 참여자를 위한 정보제공 및 투자지수 개발'로, 개인에게 투자 권유나 계좌 개설, 자금 이체 요청을 하는 영업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나이스홀딩스 측은 "나이스인베스팅은 금 투자나 개인 대상 컨설팅 사업을 진행한 적이 없으며, 텔레그램 등에서 회사 명의가 사용되고 있다면 명백한 사칭"이라며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해 그룹 법무팀 중심으로 다각적이고 강력한 대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다만 특정 계열사의 도용으로 인한 이슈가 그룹 전체의 도용으로 해석될 경우, 금융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타계열사들과 고객에게 혼란을 끼칠수 있어 염려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용정보 회사인데 진짜 아닐까?" 신뢰를 악용한 신종사기 주의 요구  

"정말 진짜 투자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묘했다. 만약 여윳돈이 있었다면, 그리고 나이스홀딩스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 없었다면, 아마 이런 심리적 방어벽은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금융 대기업'의 이미지를 교묘히 이용한 이 텔레그램방은,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 반드시 차단돼야 할 위험한 덫이다. 



김지아 기자 kja7@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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