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세계 1위…"수출입은행 등 58.8조원 화석연료 선박 투자"

2025.10.28 17:15:26

UCL 연구, 수출입은행만 LNG 운반선 41조원 지원, 실제 규모는 연구 추정치보다 훨씬 커
41개국, 화석연료 금융 중단했으나 한국만 역행…투기성 발주로 리스크 본격화 전망
41개국 화석연료 금융 중단에도 한국만 역행…수은, LNG 운반선에 41조원 지원


[KJtimes=정소영 기자] 한국이 세계에서 해운 좌초자산(stranded asset, 운항 불가능한 화석연료 운반선 등) 리스크에 가장 깊이 노출된 국가로 드러났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이하 UCL) 에너지연구소의 최신 분석 결과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을 비롯한 공적금융기관들이 LNG 운반선 등 화석연료 선박에 총 58조 8000억원을 투입하며 국제적 탈탄소 금융 기조와 역행하고 있어 “좌초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가와 민간 금융 모두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의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비중은 71%로 전 세계 평균(24%)보다 2.9배 높았으며, 해운 투자 중 절반 가까이가 LNG 운반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기후솔루션은 27일 밝혔다.



◆ 수은 "화석연료 운반선이 포트폴리오 지배하는 금융기관"

특히 수은은 전체 해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 운반선으로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41개국이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가입해 화석연료 공적금융을 제한하고 있다.

덴마크 수출신용기금(EIFO)은 2022년부터 LNG 선박 금융을 중단했고, 유럽투자은행(EIB)과 영국 수출입은행(UKEF)도 2021년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독일재건은행(KfW) 역시 2022년 이후 화석연료 프로젝트 금융 한도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축소 중이다. 반면 한국은 제동장치 없이 화석연료 금융을 확장하며 국제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NG 운반선 투자 41조원"…투기성 발주, 리스크 현실화 임박

지난 22일 공개된 UCL 연구는 전 세계 해운금융의 약 25~40%를 분석했으나, 한국 등 아시아 금융기관은 공개 정보 부족으로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에는 수출신용기관(ECA) 의 대출 보증이 제외돼 있어, 실제 리스크는 통계보다 훨씬 크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UCL 연구를 보완해 27일 ‘한국의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노출 분석’ 브리프를 발간했다.

국회 차규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수출입은행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 결과, 수은은 2015~2025년 사이 LNG 운반선에만 41조.3000억원(대출 13조원, 보증 28.3조원) 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5개 공적금융기관 전체 지원 규모는 총 58조 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체 지원 건수의 17%는 용선계약조차 없는 투기성 발주로 확인됐다. 2021~2022년 LNG선 발주 급증기에 보증을 받은 선박들이 2024~2025년 대거 인도되면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전망이다.

UCL 연구는 LNG 운반선을 “좌초자산 리스크가 가장 높은 선종”으로 분류하며 “향후 몇 년 내 운항을 시작할 이 선박들은 이미 침체된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며 운항 시작 전에도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IMO 감축조치 연기…"리스크는 사라진 게 아니라 불확실해졌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17일 중기 감축조치 채택을 1년 연기하면서 해운 탈탄소 로드맵(넷제로 프레임워크, NZF)이 불확실성 속에 멈춰 섰다.

탄소세 등 핵심 제도의 부재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미 발주된 화석연료 운반선 자산의 좌초 위험도 커지고 있다.

IMO 온실가스 연구 공동 집필자이자 해운 탈탄소 정책 설계에 참여한 UCL 트리스탄 스미스(Tristan Smith) 교수는 “이러한 좌초 리스크는 국제해사기구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NZF가 지연되면서 이 주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규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라며 “리스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 기후솔루션 "한국만 제동장치 없이 화석연료 금융 확장"

기후솔루션 신은비 연구원은 “UCL 연구는 한국의 해운금융 리스크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며 “국회 자료로 확인된 58.8조원 규모는 UCL의 공개 데이터 기반 추정치보다 훨씬 크며, 보증 리스크까지 포함하면 실제 노출도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은 “41개국이 이미 화석연료 공적금융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약속한 상황에서 한국만 어떠한 제동장치 없이 화석연료 금융을 확장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진입할 선박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좌초자산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신규 지원 배제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운금융 투명성 시급…UCL "데이터 공백이 리스크 키운다"

UCL 니샤타바스 레흐마툴라(Nishatabbas Rehmatulla) 수석연구원은 “데이터 공백은 해운금융 분야에서 훨씬 더 큰 투명성이 시급히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포세이돈 원칙과 같은 이니셔티브가 시도되고 있지만, 기후 정렬 점수가 포트폴리오 수준에서만 집계되어 개별 선박으로 추적할 수 없다. 또한 연간 온실가스 배출 강도만 제공할 뿐, 좌초자산 리스크 노출도를 실제로 평가하려면 더 미래지향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UCL 에너지연구소는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소속의 세계적 에너지 연구기관으로, 에너지 시스템·기후변화·해운 탈탄소화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정책 자문과 글로벌 해운 탄소감축 로드맵 수립에 참여했으며, 해운 분야 탄소배출 분석과 모델링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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