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최대주주 연합과 현 경영진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은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운 주주제안을 공식화했고, 최윤범 회장측은 각종 의혹과 소송전에 직면한 채 방어에 나선 형국이다.
◆"지배구조 정상화" 내건 영풍·MBK의 주주제안
영풍·MBK 연합은 지난 12일 제52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지배구조 정상화와 주주가치 회복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경영권 공방이 아니라, 왜곡된 거버넌스를 바로잡아 기업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핵심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사의 총주주 충실의무 취지를 정관에 직접 반영하자는 제안으로, 대주주가 이를 정기주총 안건으로 공식 상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신주 발행 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하도록 원칙을 명시해, 특정 경영진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이와 함께 상법상 집행임원제 전면 도입도 제시했다. 업무집행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주주총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이 맡도록 하고,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을 기존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재무적 제안도 눈길을 끈다.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10대 1 액면분할을 통해 주식 유동성을 높이고, 3924억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분기배당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영풍·MBK 측은 “주주환원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6명만 선임하도록 하고,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다양한 주주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명예회장에게 현직 회장과 동일한 최고 지급률을 적용하는 퇴직금 규정을 합리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3월 주총, '6명 이사'가 가를 승부
이번 주총의 최대 쟁점은 이사 6명 선임이다. 현재 19명인 이사회는 최 회장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영풍 측이 42%대, 최 회장 일가가 40%대 초반으로 팽팽하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표심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더스쿠프는 지난 1월 ‘고려아연의 풀리지 않은 논란’ 1·2편을 통해 3월 주총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쟁점들을 짚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쟁점은 2022년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건이다. 고려아연이 두 차례에 걸쳐 약 58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지만, 인수 당시 해당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였고 실적도 부진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더스쿠프는 영풍이 이를 근거로 2024년 9월 최 회장 등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4005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법원에서도 인수 관련 자료 제출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려아연은 매수주관사 선정과 실사, 이사회 결의를 거친 정상적 투자였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대상에는 프랑스 본사와 원료 구매·판매 법인 등이 포함돼 있었으며, 전체 사업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더스쿠프는 2024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자사주 공개매수 역시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자 고려아연이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양측의 지분 경쟁이 격화됐고, 이를 두고 영풍이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며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논란으로는 순환출자 구조 형성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선메탈홀딩스와 그 산하 법인을 활용해 ‘고려아연→자회사→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 영풍의 의결권을 제약하려 했다는 게 영풍측 주장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유한회사를 활용한 구조에 대해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으며, 관련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더스쿠프는 이처럼 이그니오 인수, 자사주 공개매수, 순환출자 논란 등 복합적인 쟁점이 얽혀 있는 만큼, 3월 주총에서 기관과 개인 주주들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번 제안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상장회사로서의 기본 질서 회복 요구”라고 강조한다. 반면 최 회장측은 “적대적 M&A 이후 제기된 공세적 문제 제기”라며 법적 판단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맞선다.
지배구조 개편안과 각종 사법 리스크, 그리고 주주환원 정책의 실효성까지. 복합적인 쟁점이 얽힌 이번 3월 주총은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고려아연의 향후 지배구조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연 주주들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자본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