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금융위원회가 연체채권에 대한 금융권의 '회수 극대화' 관행을 손질하겠다며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서 주목된다.
연체 초기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고, 채권 매각 과정에서도 원채권 금융회사의 고객보호 책임을 강화하며,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해 장기 연체자를 양산해 온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26일 서울 광진구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법무부와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기술과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성실한 개인도 불가피하게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회 전체의 신뢰 시스템 위에서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워크아웃, 개인회생 등 사후 구제 중심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선제적·예방적 지원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체 초기부터 개입…"시효는 원칙적 완성, 연장은 예외로"
이번 방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한다. 2024년 10월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도입된 채무조정 요청권이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도록, 기한의 이익 상실 전 별도 안내를 의무화한다. 또 업권별 우수사례를 반영한 내부기준 모범사례를 배포하고, 채무조정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 시스템을 마련한다. 원금 감면액에 대한 대손 인정을 통해 금융회사의 유인도 보강한다.
둘째, 연체채권 매각 규율을 강화한다.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원채권 금융회사에 고객보호 책임을 부여해 '책임의 외주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양수인의 불법행위 점검 및 감독당국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신속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은 매각을 제한한다. 매각 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와 기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매각 규모와 고객보호 수준 평가 결과 등을 감독당국에 보고·공시하도록 해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
셋째,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손본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소송 제기 등을 통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금융위는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을 인정해 비용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시효 완성 유인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멸시효 완성 사실 통지 의무를 부여하고, 내부기준에 따라 연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구조로 전환을 유도한다. 법무부와 협의해 지급명령 시 공시송달 특례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연체는 개인의 무능력만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사회 안전망 차원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기태 변호사 역시 "오랜 회수 중심 관행을 끊는 혁신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한 번의 경제적 실패가 영원한 예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대출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공동결정인 만큼 실패의 비용도 함께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방안이 현장에 안착할 경우, 연체채권 관리의 무게중심이 '회수 극대화'에서 '재기 지원'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