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면류·제과 등 식품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당 시장에서 장기간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형 식품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올랐다. 관련 매출 규모만 6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돼 향후 과징금 규모와 시장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3월 5일 전분당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4개 제조·판매 사업자에 송부하고 같은 날 위원회에 제출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를 받은 기업은 대상, 사조씨피케이,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곳이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행위 사실, 위법성 판단, 조치 의견을 담은 문서로, 향후 공정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처분이 결정된다.
◆7년 6개월 동안 가격 담합…매출 영향 6조2000억원
공정위 심사관은 이번 사건이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지속된 가격 담합이라고 판단했다. 조사는 제당업체들의 설탕 담합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분당 관련 합의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추가 단서를 확보한 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3월 초까지 총 142일 동안 집중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심사관은 전분당 제조·판매 기업들이 장기간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담합 행위를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생산하는 전분(분말)과 이를 가수분해해 만든 당류를 의미한다. 당류에는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이 포함된다.
이 제품은 면류·제과·음료 등 식품 제조 원료로 쓰일 뿐 아니라 제지·철강 산업에서 접착·코팅 소재로 활용되는 핵심 산업 원료다.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 규모를 약 6조2천억 원으로 산정했다.
◆최대 매출 20% 과징금 가능…임직원 고발 의견도
공정위 심사관은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 담합 금지)를 위반한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관련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2026년 2월 검찰이 고발을 요청한 4개 법인에 대해서는 이미 고발 조치가 이뤄진 상태다. 향후 공정위 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담합 사실이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전분당은 식품과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재료로 민생 물가와도 밀접한 품목"이라며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담합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증거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도 보장된다. 공정위는 방어권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가격 담합 의혹 외에도 일부 실수요처 대상 입찰 담합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분당 부산물은 옥수수 분쇄 과정에서 나오는 글루텐피, 배아, 섬유질 등으로 대부분 사료용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공정위는 "민생에 부담을 주는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엄정한 제재, 신속한 가격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공조해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