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롯데그룹이 잠잠하다. 과거처럼 경영권 분쟁도 없다. 대형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때문일까. ‘지금 내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다.
하지만 그간 재계 출입을 하면서 ‘대기업은 조용할 때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특히 롯데처럼 유통·화학·호텔·식품 등 계열사가 넓게 퍼진 그룹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시그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외부 소음이 줄어든 시기에 내부 구조조정과 다음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대표적인 실례다.
◆ “유통은 생존게임에 들어갔다(?)”
롯데는 큰 발표보다 조용한 사전 정비가 먼저 나오는 스타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호텔 롯데의 의 향후 역할과 핵심 계열사 지분 정리, 비핵심 자산 조정 여부 등을 계속 주시해야만 한다. 공식 발표가 없어도 이런 움직임은 결국 시장 신호로 읽히곤 한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의 경우 오랜 기간 복잡한 지배구조로 평가받아 왔지만 지배구조는 아직 끝난 숙제가 아니다. 시장에서는 롯데에게 ‘누가, 어떤 구조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끄느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도 하다.
지금 유통 시장은 과거와 다르다. 승부처는 오프라인 점포 숫자가 아니다. 온라인 전환 속도와 고객 데이터, 배송 경쟁력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버티고 있지만 마트와 이커머스는 치열한 모습이다.
사실 롯데 유통은 지금 수성전이 아니라 ‘재건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 롯데내부에서 점포 효율화, 브랜드 재배치, 디지털 투자 속도를 놓고 고민이 깊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얼굴은 롯데쇼핑이다. 그렇지만 그룹 수익의 중요한 축은 롯데케미칼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통 석유화학 업황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화학 계열사는 숫자로 말해야 한다. 그래서 롯데케미칼에게는 ‘신사업이 언제 숫자로 증명되느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재계에서 항상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은 ‘후계 구도’다. 그런 점에서 롯데그룹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이미 롯데 입장에서는 다음 세대 준비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그룹에서 차세대 인사의 직책 변화, 계열사 이동, 신사업 참여 여부는 단순 인사가 아니다. 미래 권력지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승계’를 말하지 않아도 시장은 움직임 자체를 시그널로 본다.
◆ “유통은 생존게임에 들어갔다(?)”
<기자>가 만난 재계 인사들은 롯데의 경우 지금 외부 이벤트보다 내부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분석을 많이 하고 있다. 시끄러운 뉴스보다 조용한 작업이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자산 효율화, 사업 재편, 투자 우선순위 조정, 차세대 역할 설계 등이 해당된다.
현재 유통은 빨라졌고 시장은 냉정해졌으며 경쟁사는 공격적이다. 그래서 지금 롯데의 위험은 논란이 아니라 ‘정체’이고 ‘속도’다. 변화가 늦어지는 것은 논란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 그래서 유통도, 화학도, 지배구조도, 리더십도 모두 시장 속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사실 재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업은 문제가 많은 기업이 아니라 문제가 없다고 믿는 기업이다. 지금의 롯데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침묵이 안정을 뜻하는지, 준비를 뜻하는지 혹은 지연을 뜻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조용한 롯데가 다시 움직이는 순간 시장은 크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변수는 세대교체다. 한국 재계는 지금 빠르게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어서다. 누가 전면에 서는지, 어떤 계열사를 맡는지,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곧 그룹의 미래와 연결된다. 롯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후계 구도가 선명해지는 순간 롯데는 다시 뉴스의 중심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