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김은경 기자]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하도급 '갑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계약서 미발급부터 대금 후려치기, 불리한 계약조건 강요까지 복합적인 위반 행위가 드러나면서, 중소 협력업체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공정당국이 제재에 나섰지만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수근종합건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부산 지역 '봄여름가을겨울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습식공사와 타일공사 등 3건의 하도급 거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추가 공사 4건을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아 기본적인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꼽힌다.
◆계약서 없이 공사 맡기고…대금은 더 낮춰
문제는 계약서 미발급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근종합건설은 하도급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통상 즉시 지급해야 하는 어음할인료를 공사대금 정산 이후로 미루는 특약을 설정해 수급사업자의 부담을 키웠다.
또한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 입찰가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낙찰가 이하 재협상'이 이뤄진 셈. 공정위는 이를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만기일이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하는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초과 기간에 발생한 어음할인료 1314만3000원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해당 금액 전액에 대해 지급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서면 발급 의무 △부당 특약 금지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금지 △대금 지급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건설업계에 만연한 '관행적 불공정 거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산업 전문가는 "하도급 계약서 미발급이나 낙찰가 이하 재협상은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라며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가 구조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거래 전문가는 "어음할인료 미지급이나 불리한 특약 설정은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며 "중소업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제재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원사업자의 경각심을 높이고 잘못된 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반 시 엄정한 제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