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사카 출신이라는 사실은 널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오사카는 한국인에 대해선 우호적이고 친근감이 높은 도시다. 오사카에선 일본어를 몰라도 쇼핑하거나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식당은 물론 쇼핑 거리에 즐비한 매장에는 한 집 건너 한국어로 된 안내판이 붙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방문했던 오사카 쇼핑가와 식당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 표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일본 내각부가 9월 27일~10월 7일 전국 성인 남녀 18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대해 “친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39.2%로, 작년(62.2%)보다 23.0%포인트 하락했다.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급상승했던 호감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으로 촉발된 반한(反韓) 감정으로 다시 10여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한·일 관계의 현황에 대해서도 “좋지 않다”는 응답이 78.8%로, 지난해보다 42.8%포인트 급증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오사카 난바에 위치한 주오사카 총영사관 앞에선 하루가 멀다고 험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0여년 오사카를 방문했었지만 총영사관 앞에서 거의 매일 시위가 벌어지는 광경을 본 것이 처음이다.
일본의 한국 영사관 앞과 거리에서 확성기를 든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인 한국으로 돌아가라”라며 외치는 시위장면을 보는 것은 극히 드문 현상이지만. 이제는 일상화 된 것 같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와 친밀감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도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10월 한국인 방문객은 16만8천200명으로 지난해 10월(13만2천259명)보다 27.2% 증가했다.
일본 정보 관광국은 앞으로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속단 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이 야기되면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70% 이상 급감했듯이,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 한국 관광객 발길도 동남아 등 다른 제 3국으로 돌릴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지방자치단체 및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한국인들이 일본을 찾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인 편의를 위한 각종 여행 혜택 상품도 내놓았다.
그런데 일본의 정치권을 보면 딴판이다. 내달 선거를 앞둔 일본엔 극우 정치인들이 판을 친다. 일본의 우경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러나 그 우경화 속도와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반동적 내셔널리즘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정당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역사인식은 이미 바닥수준이다. 이들이 내건 구호가 마치 일본 극우 단체들이 외치는 "한국인들은 일본에 오지 않아도 된다" "일본에 거주하는 조센징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처럼 들린다.
아마도 내달 극우 세력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가장 먼저 끊길 것이다. 일본 극우세력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코앞에 직면할 현실을 외면한 채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일본의 극우가 일본 관광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