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쿠팡 사태, 김범석의 '29배 차등의결권'이 화 키웠다"

2026.01.07 17:49:42

포럼 논평 "늑장 공시와 정보 은폐 의혹에 시총 14조 증발"…이사회에 고강도 쇄신책 요구
기업거버넌스포럼 , 쿠팡 사태 본질은 '나쁜 거버넌스"… 제2의 폭스바겐 스캔들 되나
한 달 침묵 끝 늑장 공시, 29배 차등의결권이 키운 위기...견제 불가능한 지배구조 도마 위



[KJtimes=정소영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위기'로 번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을 경영진 견제가 불가능한 쿠팡의 기형적인 거버넌스 구조에서 찾으며, 이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과거 폭스바겐(VW)의 ‘디젤스캔들’처럼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 달간의 침묵… “주주보다 CEO 보호가 우선이었나”

포럼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1월 18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으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를 공시한 것은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 16일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대 사건 발생 시 4영업일 이내 공시를 요구하는 점을 고려하면 명백한 ‘늑장 공시’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쿠팡의 주가는 약 19% 하락하며 시가총액 14조원이 증발했다. 포럼 측은 “쿠팡이 늑장 공시를 하는 동안 경찰의 압수수색, 특별세무조사 등 주주 입장에서 중대한 리스크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일반 주주의 손실보다 김범석 CEO의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이기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 29배 차등의결권의 덫… 견제 장치 없는 ‘무소불위’ 권력

포럼은 특히 김범석 의장이 보유한 ‘29배 차등의결권’을 사태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김 의장은 일반 주식(Class A)보다 의결권이 29배 높은 Class B 주식을 통해 74%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10배) 등 미국 내 다른 창업자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사실상 김 의장의 통제 아래 놓여 있으며, 독립이사나 주요 주주들이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연봉 5억 이사회, 거수기 전락”… 제2의 VW 스캔들 우려

현재 쿠팡 이사회는 김범석 CEO와 7명의 독립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연평균 4.7억 원에 달하는 고액 보수를 받지만, 이번 사태에서 주주와 고객을 위한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럼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은폐하다가 주가가 58% 폭락했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며 쿠팡 역시 고객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쿠팡 이사회가 더 이상 경영진의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 본사 이사진은 즉각 한국을 방문해 현장의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 포럼은 연간 수억 원의 보수를 받는 독립이사들이 한국 내 핵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여, 이번 정보 유출과 대응 지연의 실질적인 원인을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둘째, 김범석 CEO를 배제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Special Committee)’를 구성해야 한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임 독립이사인 제이슨 차일드가 주도하고, 김 의장으로부터 진정으로 독립된 이사들로만 위원회를 채워 이번 사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책을 발표하라는 취지다.

셋째,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고 김 의장의 ‘키맨 리스크’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현재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는 구조는 경영권 견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의장직을 분리하고, 김 의장이 한국법인 등 자회사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넷째,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증거개시제도(Discovery)의 도입이 시급하다. 포럼은 “한국은 증권 분야 외에는 집단소송제가 없어 소비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가 자료를 숨겨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며 상법 개정과 더불어 기업 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강조했다.

포럼 관계자는 “김 의장은 미국의 정통 엘리트 교육을 받았음에도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한국 재벌의 나쁜 점만 배운 것 같다”며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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