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 절차 전반을 전자화하는 제도 정비에 나서 주목된다. 종이 중심의 기존 행정 절차를 벗어나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함으로써 행정 효율성과 기업 편의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인데, 이에 대해 업계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는 2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5월 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2024년 2월 개정된 모법의 후속 조치로, 향후 도입될 '전자심의시스템'의 구체적인 운영 기준을 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개정된 법률은 오는 2027년 2월 7일 시행을 목표로 심의 관련 문서와 자료를 전자적으로 송달·제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법에서 위임한 세부 사항을 명확히 하고, 향후 하위 고시 제정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단계다.
◆전자심의시스템, 누가 어떻게 쓰나
개정안은 전자심의시스템의 이용 범위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우선 시스템 이용 대상은 사건 당사자는 물론 신고인 등 이해관계인, 그리고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제3자까지 포함된다.
제출 가능한 자료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 문서 중심에서 벗어나 음성, 영상 등 다양한 파일 형식이 모두 인정되면서 디지털 증거 활용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문서 송달 방식 역시 전자화된다. 공정위가 시스템에 문서를 등록한 뒤 당사자의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로 등재 사실을 알리면, 해당 메시지가 전송되는 시점에 통지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이는 행정 절차의 신속성을 높이는 동시에 송달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특히 시스템 장애 상황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설정됐다. 하루 기준 1시간을 초과해 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할 경우 해당 기간은 '도달 간주 기간'에서 제외된다. 다만 사전에 공지된 유지·보수 시간은 예외 없이 기간에 포함된다.
도달 간주 규정에 따르면, 문서 등재 사실을 통지받은 이후 2주 이내(의결서·재결서를 제외한 일반 서류는 7일 이내)에 확인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이 지난 시점에 문서가 도달한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절차 개선을 넘어 공정위 심의 체계 전반의 디지털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내년 2월 전자심의시스템 본격 가동을 목표로 현재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이 안착할 경우 기업들은 물리적 서류 제출 부담에서 벗어나고, 심의 절차 역시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건 자료가 디지털화되면서 기록 관리와 추적 가능성이 높아지고, 행정 투명성도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 전문가들은 전자송달 제도의 확산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자문서 기반 행정은 이미 법원·조세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며 "공정위까지 도입될 경우 기업 규제 절차 전반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 시행 과정에서 시스템 안정성과 사용자 접근성 확보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또 중소기업이나 고령 이용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세부 운영 기준을 담은 고시 제정도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