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일랜드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한 조사를 둘러싸고 교황청과 아일랜드 조사당국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11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또 유가하락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과 2008년 소말리아 해적의 무기 운송선 납치 사건 당시 미국이 무력 사용까지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들에 포함돼 있었다.
◇교황청, 성추문 조사 협조 요청에 '격노' = 지난 2월26일로 날짜가 표시된 이탈리아 로마 주재 미 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교황청은 당시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 성추문 의혹을 조사하던 머피 위원회가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하며 교황청에 보낸 서한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청은 공식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서한을 직접 보낸 머피 위원회의 행동을 주권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으며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원장은 교황청에 대한 요청은 외교채널을 통하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아일랜드 대사관에 보냈다.
교황청 관리들은 또 아일랜드의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사제 성추문 사태에 대해 교황청의 답변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교황청을 모욕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유가하락과 함께 차베스 인기도 '시들' = 지난해 1월 외교전문은 유가하락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수입이 줄어들면서 이에 기반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방대한 사회보장 프로그램도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했다.
베네수엘라의 미국 대리대사인 존 콜필드는 전문에서 2008년 7∼12월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듬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으며 이는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10월 외교전문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유기업 국유화 조치 이후 이들 기업의 설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분석했으며 국영석유회사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와의 사업관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석유메이저 셰브론 관계자들의 발언도 전했다.
◇美, 탱크 수송선 납치 해적 공격 검토 = 또 다른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8년 9월 탱크와 대공화기를 운송하던 우크라이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을 때 미국 정부는 해적들에 대한 무력 사용을 검토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은 일부 지역 미 대사관들에 보낸 전문에서 미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긴급 행위'에 나설 권리가 있음을 해당 국가에 분명히 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선박 피랍 사건이 발생해도 인질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로 군사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같은 외교전문은 당시 이슬람 무장세력이 피랍 선박에 실린 무기를 차지할 가능성을 미국이 얼마나 경계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석유메이저, 나이지리아 석유산업 개혁 우려 = 나이지리아 정부가 내년 4월 총선 이전 의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석유산업법안(PIB)에 대해 현지에 진출한 석유메이저들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정황을 보여주는 외교전문도 이번에 공개됐다.
석유메이저 셸의 앤 피카드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외교관들에게 이 법안이 초래할 변화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기업은 자사라며 법안 통과로 셸은 당시 확보한 유전 면적의 80%를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의 법안은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기업의 부분 민영화와 천연가스ㆍ전력 부문 개혁 등을 담고 있다. 또 석유자원 개발에서 발생하는 수입의 일부를 유전 지대인 니제르델타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런던.카라카스.나이로비.라고스 AFP.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