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추진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제도(CHPS)’가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비판 속에,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기소비자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청구인단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HPS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석탄발전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전기요금으로 이를 지원하는 구조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청구인단은 CHPS 제도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에 대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석탄 80%와 암모니아 20%를 혼합한 ‘혼소 발전’에도 ‘청정’이라는 용어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첫 입찰에서는 해당 혼소 발전소가 유일한 낙찰자로 선정되었으며, 향후 입찰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신유정 변호사 “환경권과 전기소비자의 재산권 침해하는 위헌적인 정책”
헌법소원을 대리한 신유정 변호사(기후솔루션)는 “정부는 이 발전에 대한 비용을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 항목으로 회수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석탄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환경권과 전기소비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도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탈석탄팀장은 “충남에서 암모니아 혼소가 시행될 경우, 미세먼지 배출이 최대 85%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지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을 유발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충현 기후에너지팀장 역시 “수도권 유일의 석탄화력발전소인 인천 영흥도의 4호기를 암모니아 혼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석탄 80%를 그대로 사용하는 발전이 청정수소로 분류되는 것은 명백한 정책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성원기 명예교수 “혼소 발전은 국민 부담만 가중, 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까지 우려”
소비자단체도 가세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이 제도는 사실상 석탄발전을 그린워싱해 전기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전기요금 부담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의 공동대표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삼척 그린파워 석탄발전소는 CHPS의 혜택으로 석탄 80%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혼소 발전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고, 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기준의 즉각 폐기, ▲혼소 발전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전가하는 구조의 전면 개편,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 로드맵과 수소 정책의 재정비를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CHPS 제도는 윤석열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정책의 실효성과 환경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