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한국의 주먹이다

2010.11.03 08:40:59

낙화유수’ 고 김태련 4주기 추모식 후배 대거 몰려

 

 

한번 형님은 죽어서도 영원한 형님이다. 

 "돈 앞에선 의리가 없다. 형님·아우간 우정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원로 협객의 말이다. 그러나 1950∼60년대 주먹계를 쥐락펴락했던 ‘낭만파 야인’들에겐 한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다. 그 형님의 백골이 진토되어도 형님은 형님이다.

 지난 2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공원묘지. 주차장 입구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청년들이 도열한 사이로 대형 세단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장흥공원 묘지에선 '낙화유수'(落花流水) 고 김태련씨의 4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떨어진 꽃잎이 물에 떠내려간다'는 낙화유수. 김씨가 작고한 지 이렇듯 4년이 흘렀다.

이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의 추모식엔 김씨가 몸담았던 이정재의 ‘동대문사단’과 유지광의 ‘화랑동지회’ 등 전국에서 핵심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낭만과 의리로 똘똘 뭉쳐 이른바 ‘협객’으로 불렸던 1세대 주먹계 원로들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두목급 현역들도 대거 참석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님’에겐 깍듯했다. 여기저기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땅에 머리를 꽂는 인사법 또한 그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원로는 “살아 있는 형님도 배신하는 요즘 주먹계 세태에 고인이 된 선배의 묘소를 돌본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평소 낙화유수 큰형님을 존경하고 의지하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후배들이 모두 모였다”고 말했다.

 김씨의 선영 앞에서 이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고, 구슬픈 추도문이 야산에 울려 퍼졌다. “낙화유수 큰형님, 아우들 왔습니다. 형님은 우리들에게 영원한 형님입니다. 형님의 살아오신 인생은 험란했지만 불굴의 의지와 집념으로 형님은 후배들에게 모범이었습니다. 형님은 늘 우리곁에 살아계십니다….”
이날 추모식을 주관한 조병용 대한연합상사 회장은 “(낙화유수) 형님은 법보다 주먹이 앞섰던 시대적 배경으로 주먹계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주먹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은퇴 이후엔 학원폭력 근절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20여 년 동안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추모식을 치른 후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선영 인근의 아동보호시설인 광명보육원. 김씨가 생전 고집했던 ‘사랑·나눔·실천’의 뜻을 받들자는 취지에서 매년 이곳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광명보육원측은 “매년 잊지 않고 방문해 아이들의 쓸쓸한 겨울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명기 기자 web@my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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