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파문 등으로 탐욕스러운 은행이라는 이미지 쇄신과 정부당국 등의 압박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먼저 KB국민은행인 이달 중으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최고 금리를 현행 연 18%에서 15%로 3%p 인하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보증을 받아 이용하는 보증부여신은 최고금리를 18%에서 13%까지 5%포인트 낮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중소기업 금융지원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대출 최고금리를 낮추기로 했다”며 “전산 개발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일선 영업점에서 인하된 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17%인 대출 최고금리를 낮추기로 하고 이날 중으로 인하폭과 적용시점을 발표할 계획이며 대출 가산금리 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고졸 이하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력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이달 1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현행 연 12%에서 10.5%로 인하했으며 연체대출 최고금리 역시 연 13%에서 12%로 1%p 낮췄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연체대출 최고금리를 연 18%에서 13%로, 올해 초부터는 중기대출 최고금리를 연 17%에서 12%로 내렸다.
우리은행도 현재 17% 수준인 대출 최고금리를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인하폭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주계열 저축은행도 금리 낮추기에 뛰어들었다.
먼저 하나저축은행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존 제2금융권 대출보다 금리를 다소 낮춘 새 신용대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생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특정 고객층을 위한 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폭넓은 고객층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빚 폭탄’을 안은 가계의 부담을 은행이 덜어줘야 한다는 여론을 고려한 조치다.
CD금리 담합 의혹, 대출서류 조작 논란 등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점도 다른 이유다.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은행 가산금리 체계를 비판하며 ‘금리 손질’ 기회를 엿보는 점도 대출금리 인하의 압박 요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은행들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며 “그러나 금리 인하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서 은행 수익이 감소하면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 피해가 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