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화재예방과 소화시설 안전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해온 한국화재보험협회(이하 화보협회)가 위기에 봉착했다.
협회 이사장 자리를 놓고 낙하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역할이 대폭 축소된 협회의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화보협회의 이사장자리는 6개월째 비어있다. 고영전 전 이사장이 올해 2월 물러난 이후 이사장을 공모했으나 금융당국의 개입 논란이 벌어졌다.
오는 25일 결정되는 신임 이사장 자리에 이춘근 손해보험협회 전 부회장과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이기영 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응모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이기영 전 대표이사를 화보협회 이사장 적격자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금융당국은 이사장 선임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추천위원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과 함께 협회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비슷한 형태의 이익단체사 생기면서 화보협회의 존재감도 현격히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화보협회의 안전 점검 업무를 소방방재청 산하 기관과 보험사가 중복으로 하면서 역할이 축소됐다.
아울러 현재 보험업계에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화보협회까지 협회가 3개나 있어 보험사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화보협회가 보험 본연의 기능을 과감하게 보험사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손보사들의 요구다. 화재예방이나 소화시설 조사·연구 등 공적 기능도 소방방재청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보협회의 경영은 손보협회로 통합하고 방재연구원은 소방방재청 산하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손보사들이 화보협회 기능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역할에 비해 많은 예산을 쓰기 때문이다. 화보협회는 연간 200여억원의 예산을 사용해 손보협회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보협회가 본연의 임무보다는 이사장 자리 때문에 존재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건물 신축 등으로 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져 협회가 화재 보험 부문을 특화해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화보협회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조직만 유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면서 “이사장 선임 문제로 잡음이 생겨 손보사들의 시선이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화보협회는 지난 1973년 5월 화재예방, 소화시설 안전 점검, 소화설비 보험료율 할인등급 사정, 방재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올해로 39주년을 맞은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화재 예방 등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2000년대 들어 존재감이 급격히 약해졌다는 평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