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임영규 기자] 국내 대학의 약 80%가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고충을 외면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450여개 대학 가운데 올해 1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곳은 101개다. 전체의 22.4% 수준이다.
지난해 2학기에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108개교보다 되레 줄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대학교도 대형 가맹점에 포함돼 카드 수수료율이 1% 중후반 대까지 오른 까닭이다. 이에 일부 대학이 과도한 등록금 결제 수수료를 내지 못하겠다며 가맹점에서 탈퇴한 것.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대학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원한다. 경기 악화로 한 번에 400만~6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 시 3~12개월까지 할부로 낼 수 있어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수익성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카드사와 등록금 현금 납부로도 지장이 없다는 대학이 충돌하면서 카드 납부 활성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현금으로만 등록금을 받으면 연간 수십 억 원의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대학 등록금 카드 결제 확대를 위해 협의체까지 만들어 대학 설득에 나섰으나 여전법 개정 등으로 수수료 인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없던 일로 된 상태.
비협조적인 태도는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 뚜렷하다. 고려대와 한양대는 등록금 카드 결제가 안 된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로 등록금 카드 결제가 가능한 대학은 서울대, 충북대, 안동대, 목포대, 강원대 등 7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삼성카드와 국민카드는 다양한 할부 서비스로 학생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삼성카드는 대학등록금 카드 납부 때 다이어트 할부서비스를 제공한다. 3개월 다이어트 할부는 처음에 할부 이자를 내면 2~3회차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카드는 홈페이지 응모 후 할부 이용 시 대학등록금 2~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준다. 6개월 할부 이용 시 2회차부터 할부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